삼성 준법감시委, 이재용 재판 전날 2차 회의...심증에 영향 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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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입력 2020-02-0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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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인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가 5일 오후 9시 40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데일리동방]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전날 2차 회의를 연다. 법원이 준법감시 평가 심리위원을 선정하기 직전으로 날짜를 잡으면서 재판부 심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준법위원장인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는 5일 오후 9시 40분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첫 회의를 마치고 나와 “6시간 넘게 회의했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13일 오전 9시 30분에 2차 회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회의는 이날 오후 3시에 시작해 6시간만에 끝났다. 위원 6명이 9시께 먼저 자리를 떠났고 김 위원장은 약 40분간 더 머무르다 회의실을 나섰다.

이날 회의는 4일 출범한 준법위 첫 행보다. 감시 대상인 삼성그룹 7개 계열사는 준법위 설치・운영에 합의하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협약’에 대한 이사회 의결을 3일 마쳤다.

준법위 출범은 정준영 서울고등법원 형사 1부 부장판사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미국식 준법감시 제도를 요구한 데 따른 조치다.

준법감시 대상 삼성 계열사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 7곳이다. 이날 회의에는 각 계열사 컴플라이언스 팀장의 현황 보고와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준법위는 향후 논의 주제와 쟁점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지형 위원장은 “간담회나 토론회 등으로 전문가 의견을 듣는다든지 의견을 수렴하고 청취하는 절차도 논의하려 한다”면서도 “아직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2차 회의 날짜를 13일로 잡은 준법위는 법원의 준법감시 심리위원 선정을 앞두고 긍정적인 모습을 부각할 수 있게 됐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17일 이 부회장 뇌물죄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준법위 실효성을 판단할 전문 심리위원을 세 명을 선정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에 따라 14일 재판은 공판준비기일로 전환된다. 재판부는 17일 공판 당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추천했다. 이 부회장 측은 고검장 출신 김경수 변호사를 추천했다. 재판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던 특검은 심리위원 추천을 거부했다.

준법위는 출범 이전부터 논란을 불러왔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첫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재벌 체제와 혁신을 요구했다. 당시 그는 이런 당부가 재판과 무관하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올해 초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이 결정된 이후인 지난달 17일 공판에서 준법 감시 실효성 평가 방침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준법위는 다음 회의 일정을 공판 준비기일 전날로 잡았다. 법원이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 사유를 만들려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는 이유다.

한편 삼성 준법위 구성원은 위원장인 김지형 변호사를 포함해 7명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변호사와 대검 차장 출신 봉욱 변호사가 참여했다. 시민사회에서는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이 이름을 올렸다. 학계에서는 심인숙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활동한다. 삼성 측 위원에는 이인용 삼성전자 CR부문 사장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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