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중국 내 핵심 거점인 ‘LG 베이징 트윈타워’를 매각키로 했다. 총 매각액은 1조3707억원이다. 준공 당시 사업비가 총 4억 달러(약 4700억원)였다는 점에서 15년 만에 1조원 가까이 시세 차익을 거두게 됐다.
2005년 준공된 LG 베이징 트윈타워는 국내 여의도 LG 본사 트윈타워와 닮은꼴로, 중국에선 ‘립스틱 빌딩’이란 애칭으로 불린다.
미국 건축설계 회사 솜(SOM)이 설계하고, LG건설(현 GS건설)이 시공했다. 총 2개 동으로 구성돼 각 빌딩은 지하 4층~지상 30층(높이 140m), 연면적은 14만8500㎡(약 4만5000평) 규모다. 톈안먼 광장과 인접한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 창안대로에 비중국계 기업이 세운 최초의 건물이기도 하다.
LG 베이징 트윈타워는 LG 내에선 ‘홍콩홀딩스’로 불리는 LG홀딩스 홍콩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LG전자가 지분 49%를 보유한 1대 주주이며, 나머지 지분은 LG화학(26%), LG상사(25%) 등이 보유하고 있다.
LG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은 이사회 의결을 토대로 싱가포르투자청이 지분 100%를 보유한 ‘리코 창안 유한회사’와 이달 중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 4월 말까지 보유지분 전량을 넘길 방침이다.
일단 LG전자가 넘길 49% 지분 전량의 매각대금은 39억4000만위안(6688억원)이다. LG화학과 LG상사의 보유 지분에 따라 LG전자의 매각대금을 대입해 단순 계산해도 각각 매각대금은 약 3550억원, 3400억원으로 산출할 수 있다.
베이징 트윈타워는 그동안 수익이 꾸준히 발생하는 알짜 자산이었다. LG홀딩스 홍콩의 실적을 보면 2016년 매출액 532억원, 당기순이익 545억원이며 2017년 매출액 455억원, 당기순이익 38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18년에도 매출액 496억원, 당기순이익 440억원의 호실적을 유지했다.
그럼에도 베이징 트윈타워 매각을 결정한 것은 최근 실적 부진과 미·중 무역갈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자금 유동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와 주주가치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매각 이유를 밝혔다.
LG전자와 LG화학, LG상사 등은 이렇게 마련한 수천억원대의 실탄을 기반으로 향후 신사업에 투자하거나 유망기업을 인수합병(M&A) 하는 등 미래 먹거리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LG가 베이징 트윈타워를 팔면서 산술적으로만 1조원 이상의 세전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막대한 현금을 보유해 신사업을 과감하게 펼치거나 모바일, 화학 등 핵심분야 투자에 과감하게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에는 LG전자·LG화학 등 LG 계열사가 전체 빌딩의 20% 내외를 사용 중이며 그 외 공간에는 중국 현지 기업과 다국적 기업이 입주해 공실은 없다고 알려져 있다.
LG전자와 계열사들은 지분 매각 후에도 건물에서 상주하며 중국 현지 사업을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입주 계약 기간은 올해 말까지이며, 만료 후에도 새주인인 리코 창안 유한회사와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