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40% 이상 급감했지만 배당은 거의 줄지 않아 기업들의 주주환원이 상당히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금까지 작년 결산배당과 순이익을 발표한 137개 상장사의 2019사업연도 현금배당 합계(중간배당 포함)는 21조3175억원으로 전년 배당금 합계(22조171억원)보다 3.18% 줄었다. 이에 비해 이들 상장사의 작년 연결기준 순이익 합계는 58조8838억원으로 전년(101조4740억원)보다 41.97% 격감해 배당금 감소율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의 순이익 합계 대비 배당금 합계의 비율인 평균 배당성향은 2018년 21.70%에서 작년 36.20%로 14.51%포인트나 상승했다. 배당성향은 기업이 주주에게 이익을 얼마나 돌려주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처럼 배당성향이 급상승한 가운데 순이익이 줄었는데도 배당을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린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실제 137개사 가운데 16개사는 순이익 감소(적자전환 포함)를 무릅쓰고 배당을 늘렸다. SK텔레콤은 작년 순이익이 8619억원으로 전년보다 72.48% 급감했으나, 배당은 7301억원으로 1.76% 늘렸다. 네이버는 순이익은 3968억원으로 36.81% 줄었지만, 배당은 547억원으로 19.14% 늘리고 자사주 982억원어치(55만주) 소각까지 발표했다. 금호석유, 삼성전기, GS건설, KT, 현대백화점 등도 순이익 감소에도 배당 증가를 선택했다.
부광약품의 경우 순이익이 2018년 1457억원 흑자에서 작년 73억원 적자로 전환했으나, 배당은 2018년 98억원에서 작년 122억원으로 오히려 24.72% 늘었다. 24개사는 순이익 감소(적자전환 포함)에도 전년과 같은 금액을 배당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순이익이 21조7389억원으로 전년(44조3449억원)보다 50.98% 줄었지만, 연간 배당금은 9조6192억원으로 전년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18∼2020년 3년간 매년 연간 9조6000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기존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40.06%), 삼성생명(-39.34%), 삼성SDI(-45.99%) 등 삼성그룹 내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순이익이 40%가량 급감했으나, 배당금은 전년과 같았다. SK네트웍스는 2018년 77억원 흑자였던 순이익이 작년 1220억원의 대폭 적자로 돌아섰지만, 배당금은 289억원 그대로 유지했다.
이외에도 LG상사(작년 순손실 149억원, 배당금 116억원), 성도이엔지(작년 순손실 681억원, 배당금 5억원) 등 적자에도 배당을 한 상장사들도 있었다. 기업들이 어려워진 지갑 사정에도 배당을 줄이지 않는 것은 국민연금 등 기관들의 잇따른 스튜어드십(수탁자 책임 원칙) 채택과 행동주의 기관·펀드 증가 등에 따른 주주권 행사 확대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채택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에서 배당성향이 낮고 합리적인 배당정책이 없거나 해당 정책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 등을 중점관리사안으로 선정해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달 기관투자자 지분 대량보유 보고 의무(5% 규정) 완화를 통해 배당 및 지배구조개선 관련 주주활동이 상세보고 대상에서 빠짐에 따라 이번 주총부터 국민연금 등의 주주환원 압박이 더 거세지면서 기업들의 주주친화 정책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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