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S토커] 삼성전자, 밀려오는 지배구조 개편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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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기자
입력 2020-02-1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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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⑧삼성전자-2 : 시총 상한제, 사업 분할 가능성…기업 쪼개기 가능할까

  • 사외이사 중심 이사회 불구 '지배구조' 평가 'B'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동방]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구조 개편 공세 수위가 점차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시가총액 상한 제도를 고려하면 일부 사업부 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삼성 등 6곳 금융그룹(현대차, 미래에셋, 한화, 교보, DB 포함)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개 이상 업종 금융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그룹이 그 대상이다. 주요 골자는 리스크에 대한 사후 관리가 아닌 사전 관리다. 대표적으로 자본적정성 준수는 예상치 못한 손실 발생 시 감당하기 위한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

금융당국은 각 금융그룹 내 대표회사에 준법감시인이 참여하는 내부통제협의회를 만들어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위한 방안을 추진한다. 관련 공시도 대폭 강화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8년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이상훈)을 분리했다. 경영위원회, 감사위원회, 사외이사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가 있으며 이중 경영위원회를 제외한 여타 위원회는 전부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지난해 ESG평가에서 'G(지배구조)' 부문은 ‘B’ 등급에 그치고 있다. 금산분리법은 물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노조 와해 공작과 보험업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총수일가 지분은 모두 합쳐도 5%대에 불과하다. 단일주주로는 국민연금공단이 10.49%로 가장 높으며 이어 삼성생명보험(8.51%), 블랙록(5.03%), 삼성물산(5.01%) 순으로 높다. 사실상 그룹 계열사를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지배력에 가장 위협이 되는 요인은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이 안건은 보험사가 취득한 주식을 원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자산총액 대비 3%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보험업법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하거나 삼성생명이 자금조달을 통해 덩치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반대 양상으로 진행중이다. 개정안까지 고려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대부분을 처분해야 한다.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보험료를 받고 보험금 지급을 위한 대비를 하기 위해 투자를 한다”며 “삼성전자 지분을 시가평가해 처분해야 한다면 단연 고객에게는 위험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인 근본적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인적분할, 다시 수면위로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면서 삼성전자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 2016년 미국 행동주의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안한 삼성전자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누는 인적분할에 다시 시선이 쏠린다. 투자부문을 삼성물산과 합병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당시 삼성전자도 해당 의견에 응했다. 그러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 논란과 함께 지주사 전환에 대한 그룹 운영 효율성이 낮다는 판단에 철회했다.

그럼에도 다시 인적분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는 각종 법안과 함께 시가총액 상한제도(캡)가 있다. 캡은 코스피 200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지수 내 시총 비중이 30%를 넘기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특정 종목에 주가지수가 크게 움직이는 현상을 막자는 취지다.

현재 삼성전자 시가총액 비중은 코스피 대비 33% 수준이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들이 빠져 나간다면 삼성전자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여타 종목들이 상승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물론 보험업법과 개정안을 고려하면 삼성생명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지만 삼성전자 덩치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증권, 운용업계도 불편한 내색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분할해 지수 왜곡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도체, 가전, 모바일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이 또한 특정 섹터지수에 명확히 반영되고 있지 않다.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 사업 중 하나는 시스템반도체다. 파운드리에 강점을 가진 상황에서 고객사와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적어도 이 사업부만은 분사할 필요가 있다. 고객사(팹리스업체)들은 순수파운드리업체를 원하기 때문이다. 분할하면 ‘성장’과 ‘안정’이라는 키워드로 삼성전자와 분할된 사업부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전체 캡을 낮출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시기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많은 투자자금을 필요로 한다. 분사한다면 삼성전자가 직접적인 지원을 할 수가 없다. 사실상 ‘독립’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생력을 갖추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뚜렷한 방향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법안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우선 살피는 것은 물론 시장 참여자들 요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암묵적으로 지배구조 개편 압박이 강해지고 있지만 다소 시간적 여유는 있다”며 “실행 시기는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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