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으름장에 사라졌던 마일리지 카드…슬며시 재판매

우량고객 확보 효과 ‘으뜸’… 혜택 줄여 규제 피해

자료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데일리동방]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당국의 마케팅 비용 축소 압박 이후 대거 판매를 중단했던 마일리지 혜택 지원 신용카드 판매를 재개하고 있다.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카드의 정석 마일리지 아시아나클럽’ 카드와 ‘카드의 정석 마일리지 스카이패스’ 카드를 최근 출시해 항공사 마일리지 혜택 지원 카드 판매를 시작했다. 결제금액 1000원당 기본 1.3마일이 적립되는 카드로 해외에서 일시불로 결제하면 1000원당 추가로 1.2마일리지가 적립돼 최대 2.5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다.

NH농협카드도 ‘위 테라’와 ‘위 레아’ 카드 2종을 새로 출시했다. 이 카드는 사용금액에 따라 NH포인트나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다. 마일리지형을 선택하면 국내 가맹점에서 항공사 포인트로 1마일리지, 해외 가맹점에서는 2마일리지를 적립해 준다.

씨티은행의 ‘씨티 메가마일 스카이패스·아시아나 카드’는 2017년 단종됐다가 지난해 11월 재판매를 시작한 항공사 마일리지 제공 신용카드다. 전월 실적에 따라 1500원당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최대 15마일 제공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최고 20마일을 적립해 준다.

이외에도 3월 중에는 현대카드와 대한항공이 협력해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astic Leaded Chip Carrier, PLCC)’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최초의 항공 전용 신용카드로 기존 신용카드보다 더 많은 항공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이들 카드사들은 항공 마일리지 혜택을 제공하는 신용카드 상당수를 단종시킨 바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7월 아시아나클럽 카드 판매를 중단했고, NH농협카드는 항공마일리지카드 혜택을 탑재한 카드 20여종을 발급 중단했다.

당시 카드사들이 항공 마일리지 카드를 단종한 배경은 마케팅 비용을 줄이라는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제살깎기 경쟁으로 카드사 수익이 악화할 수 있다며 2018년부터 꾸준히 마케팅 비용 감축을 요구해 왔다. 지난달부터는 수익성 심사도 강화해 연회비 이상 혜택을 주는 카드 발급을 중단시켰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마일리지 혜택은 다른 서비스에 비해 비용 발생이 비교적 큰 사업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은행과 카드사가 양대 항공사 마일리지 구매에 사용한 지출은 21억원에 달한다.

카드사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겹치면서 카드사들은 지난해 영업이익 개선을 위해 마일리지 카드를 단종하는 ‘카드 구조개편’을 단행했다.

문제는 항공 마일리지 제공 신용카드를 선호하는 고객층이 두텁다는 데 있다. 카드사들은 마일리지 카드를 통해 ‘충성 고객’을 유입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사 마일리지 카드 사용 고객들은 한 카드를 꾸준히 사용하는 성향이 짙다”며 “한 번 항공 마일리지 카드를 사용한 고객이 타 카드로 갈아타는 비율이 낮다”고 말했다.

우량고객 확보가 유리해 카드사들이 마일리지 카드를 재출했지만 과도한 마케팅 비용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이러한 이유로 새로 출시된 마일리지 카드는 적립률이나 생활 혜택을 줄이는 고육책을 선택했다. 몇몇 카드사가 마일리지 카드를 재출시하자 경쟁사 역시 유사한 카드 상품 출시를 준비 중으로 마일리지 카드 경쟁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마일리지 카드 신상품을 출시하지 않은 한 카드사 관계자는 “마일리지 카드 출시를 상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