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기준인 표준지공시지가가 매년 가파르게 오르면서 패션·뷰티업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상권 건물주(임대인)들의 보유세 부담이 대폭 커졌고, 건물주가 보유세 부담을 덜기 위해 임대료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시지가 급등으로 상한(전년도 세액의 150%) 미반영된 보유세 인상분이 올해 함께 반영돼 세금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이날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2020년 표준지공시지가에 따르면, 전국에서 1㎡당 땅값 상위권은 모두 '쇼핑 거리'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 집중돼 있다. 특히, 표준지 공시지가 상위 10곳 필지 현황을 분석한 결과, 2위인 명동2가 '우리은행' 건물을 제외하고 모두 패션·뷰티 직영점포가 들어선 땅이다. 패션·뷰티업계는 가뜩이나 매출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숨 죽인 채 분위기를 살피는 모양새다. 땅값 1위를 차지한 곳은 명동(충무로 1가) '네이처리퍼블릭' 건물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09년부터 전 층을 빌려 입점해 있다. 이곳은 공시지가가 336억9000만원(1㎡당 1억9900만원)으로 지난해 309억8190만원보다 8.74%나 올랐다. 이곳의 땅값 보유세는 1억2208만원에서 1억8206만원으로 49% 뛴다. 이 땅은 지난해 공시지가가 2018년 대비 100%가량 올라 보유세를 2018년(8139만원)보다 4000만원 더 냈는데, 올해는 6000만원 더 부담하게 됐다.
이외에도 △금강제화 레스모아(6위·명동2가) △에블린(7위·명동2가) △더샘(8위·명동2가) △신성통상 탑텐(9위·명동1가) △F&F MLB(10위·충무로1가) 등이 영향권에 들었다. MLB는 지난해 11월 아모레퍼시픽 아이오페가 폐점한 자리에 들어섰다.
과세가 지나칠 경우 임대인들은 임대료를 인상하고, 이로 인해 기존 임차인들이 이탈하면 상권도 몰락하게 된다. 명동 일대의 패션·뷰티업체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에 따른 관광객 급감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특성상 패션·뷰티는 관광객이 줄면 가장 먼저 타격 받는다.
매출 급감에 임대료까지 오르면 더는 감당이 어렵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 부지의 임대료는 보증금 60억원·월세 3억원으로 추산된다. 2009년 기준 보증금 35억원, 월세는 1억5500만원 가량 오른 셈이다. 명동 일대에 매장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10년 단위로 보면 꽤 늘었지만 최근에는 명동 상권이 예전보다 많이 죽었기 때문에 임대료 인상폭이 크지는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계속해서 세부담이 커지면 건물주도 임대료 인상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걱정이 태산"이라고 밝혔다.
비싸다고 애써 잡아놓은 노른자 땅을 포기할 수는 없기에 고민은 더 깊다. 빠지는 순간 바로 경쟁자에게 입지가 좋은 자리를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명동은 서울의 대표 상권으로 중국인 등 외국 관광객 대상으로 매장 홍보 효과가 좋다"면서 "특히 공시지가 10위권은 명동 초입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으며 브랜드 이미지를 대표하기 때문에 쉽게 매장을 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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