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효성그룹이 효성캐피탈 매각 희망가를 기존 4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올렸다. 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의 1.3배 수준으로 그동안 거래된 캐피탈사가 PBR 1배 미만으로 거래된 것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효성캐피탈의 장부가액은 3628억원이다.
효성은 올해 말까지 효성캐피탈을 처분해야 한다. 2018년 12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소 해소 유예기간인 2년 안에 효성캐피탈의 매각을 완료해야 한다. 만약 올해 말까지 매각이 되지 않으면 과징금이 부과된다.
지난해부터 효성캐피탈 매각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매각에 밑그림도 그려지지 않은 상태다. 매각 기간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룹사가 매각가를 높여 부른 것으로 시장에서는 효성그룹이 시간이 흐를수록 매각가가 낮아질 것을 대비해 미리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충담금적립 전 영업이익은 399억원으로 2018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 감소했다. 전통 주력사업인 산업기계와 공작기계의 설비금융수요 위축으로 사업안정성이 약화된 영향이다. 앞서 여신금융협회는 올해 설비투자가 2%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효성캐피탈의 이익안정성이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노효선 한신평 선입연구원은 “본질적으로 수익변동성이 큰 투자자산이 주된 영업창출 요소이며 주력 사업의 운용수익이 감소하면서 이익안정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의 정택기조와 경쟁심화 등을 고려할 때 운용수익률의 하락 압력이 큰 상태”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한 대출 규제와 제2금융권 DSR, 부동산PF 익스포져 관리기준 등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을 도입하면서 캐피탈사의 수익성 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신평은 지난해 5월 효성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이에 효성캐피탈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투자금융과 리테일금융을 확대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효성캐피탈 사업구조는 설비 관련 구매금융 38%, 중고차 중심 자동차금융 12%, 주택금융·스탁론 등 리테일 금융 18%, 기업금융·투자금융 32%로 구성됐다.
그러나 스탁론·주택담보대출·중고차금융 등 소매금융 부문의 시장 내 경쟁강도가 세졌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증가하는 등 사업안정성이 개선됐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효성캐피탈의 부동산PF 자산규모는 3026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13.5%를 차지하고 있다. 한신평은 “대손비용의 효율적 관리와 투자수익 변동성 안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시장은 효성캐피탈이 매각가가 4000억원 이하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업계관계자는 “과거 아주캐피탈, 애큐온캐피탈은 매각 당시 PBR의 0.71배, 0.9배 수준으로 책정됐다”면서 “효성캐피탈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거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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