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은행권] 우리銀 '비번 무단변경' 늑장 보고… 제재수위 높이나

금감원 자체 제재심에 수사기관 의뢰까지 강경기조

DLF 충격에 비번도용… 논란 잇딴 우리금융 직격탄

차기 우리은행장엔 권광석 내달 23일 주총서 선임

자료사진. [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데일리동방] 이번 주에도 우리금융의 수난이 계속됐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논란으로 경영진의 사퇴 압박까지 받는 우리금융그룹이 최근 불거진 우리은행 직원들의 '비밀번호 무단 변경' 사건으로 또 다시 휘청거리는 모양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비번 무단 변경 사건을 두고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자체 심의뿐만 아니라 검찰 수사까지 의뢰할 계획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사실상 금감원이 우리은행을 상대로 칼을 빼들었다는 분석인데, 사건처리 과정에서 우리은행측이 금융당국에 제때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당초 비번 무단 변경 사건에 가담한 직원이 전국 200개 지점의 313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들 직원의 일탈 행위에 대해 지점장 등 관리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제재 대상은 직접 가담자를 포함 총 500여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은행 일부 직원들은 2018년 1~8월 스마트뱅킹 비활성화 고객 계좌의 임시 비번을 무단으로 변경해 활성계좌로 만들었다. 해당 계좌를 활성화하면 신규고객 유치 실적으로 잡히기 때문에 금감원 측은 은행 직원이 조직적으로 가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본인이 소속된 영업점 내 공용 태블릿 PC를 이용해 무단으로 비번을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무단 변경된 건수는 3만9463건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2018년 7월 '이상 시그널(신호)'을 감지해 자체 조사를 벌여 비번 무단 변경 사례를 적발했는데도 당국에 '즉시 보고' 의무를 무시한 채 3개월이 지난 10월에서야 관련 사실을 알린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이 2018년 10월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할 당시 우리은행은 자체 조사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전달했다는 입장이지만 늑장보고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달 이번 사건을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 올릴 계획이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어 우리은행은 내리 제재심 압박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현재 금융당국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에게 DLF 사태를 초래한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리고 통보를 앞둔 상태다. 그룹 회장 연임 이슈가 맞물린 손태승 회장에게 더 큰 압박이 가해진 것이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직원의 비번 무단 변경 사건이 개인정보보호법과 전자금융거래법에 저촉된다고 보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에 통보하는 한편, 금감원은 자체 검사 결과를 수사기관에도 알릴 계획이다.

금감원 자체 검사에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수사기관에 의뢰해 색출하겠다는 의지로 비쳐진다. 검찰에 추후 통보될 자료는 금감원이 우리은행을 상대로 진행했던 경영실태평가의 IT(정보기술) 부문검사 결과 조치안 초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정확한 일정 등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원칙에 따라 심의하고 유관부처나 수사기관의 협조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은 손 회장 연임에 지지의 뜻을 보내며 이번 주 그룹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손 회장의 은행장직을 이을 차기 행장 선임 절차를 벌였다. 그룹 임추위는 단독후보로 권광석(57)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를 선정했다.

권 대표는 다음달 23일 예정된 우리은행 주주총회 의결만 거치면 우리은행장에 오른다. 우리금융이 지난해 지주사를 설립,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분리된 체제 하에서 첫 은행장을 배출하는 셈이다.

그룹 임추위 관계자는 "권광석 후보가 은행의 조직안정화와 고객 중심 영업을 바탕으로 뛰어난 성과를 창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