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6월, 검찰총장이 아직 공직후보자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한 종합편성채널 뉴스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했다 함께 출연한 어떤 현직 언론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당시 모 언론사 부장이던 그는 학력위조 사건으로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신정씨를 거론하면서 “신정아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는 극언을 하는 것도 서슴치 않았다.
생방송 시작을 기다리며 잠시 나눈 이야기였지만 그 자리에서는 그는 학력위조 외에도 주가조작 의혹과 사생활과 관련한 의혹도 함께 거론했다.
“취재 다 끝냈습니다. 인사청문회 맞춰 터뜨릴 겁니다”
그는 김건희씨에 대한 수사당국의 수사가 석연치 않게 중단됐다며 윤석열 총장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솔직히 기대가 됐다. 도대체 뭘 가지고 저렇게 자신만만하나 싶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상당한 취재로 자료와 증거를 축적했을 때에나 느낄 수 있는 말투였다.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 부인의 주가조작 의혹을 거론한 곳은 그 곳 뿐만이 아니었다. 그 중에는 가담자의 인적사항을 구체적으로 거명한 곳도 있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국회 인사청문회가 임박해진 무렵에는 거의 기정사실처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그 의혹은 그다지 거론되지 않았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윤 총장이 자료제출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본격적인 단계로 나가지 못했다.
‘자료가 상당히 축적됐다’며 폭로를 장담하던 그 언론사도 침묵을 지켰다. 그렇게 자신있게 말하던 것이었는데 상당한 자료가 축적됐다는 말이 허언이었던가 싶어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그렇게 인사청문회는 허무하게 끝났다. 하지만 윤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의혹은 마치 다 꺼진 줄 알았는데도 꺼지지 않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들불처럼 계속됐다. 속칭 ‘지라시’ 같은 곳이나 SNS에서는 거론된 것은 물론이고 모 신문사가 비슷한 내용으로 직접 윤 총장에게 확인을 시도했다는 후문까지 들렸다.
내용도 지난 주말 뉴스타파가 보도한 것과 대동소이했다.
수입자동차 판매회사인 도이치모터스가 2010년~2012년 사이 두 차례 이상 주가 조작을 하는 과정에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역시 보유주식(40만주)과 현금 10억원을 ‘실탄’으로 제공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또 김씨가 도이치모터스와 그 계열사 주식을 액면가 혹은 시가보다 싸게 매입했고, 주가조작을 통해 2~4배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이미 얻었거나 얻을 수 있는 상황이며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인물인 도이치모터스 오니 권오수 회장으로부터 전시회 후원을 받는 등 지금까지도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는 내용 등이다.
그러니까 윤 총장 부인과 관련한 ‘의혹’은 적어도 어제 오늘의 일이거나, 전혀 새로운 의혹제기가 아니며 취재여부나 정도와 상관없이 상당수의 언론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는 사안이다. 언론 뿐만 아니라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의혹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그런 점에서 뉴스타파 보도 이후에 보인 언론들의 태도는 의아스럽다. 마치 처음 들었다는 식이다. 취재를 해서 별일이 아니라고 확인이 됐다면 그렇게 쓰면 될텐데 그것도 아니다.
지난 해 여름 ‘윤석열 부인의 의혹을 터뜨리겠다’라고 호언장담하다 갑자기 침묵한 그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왜 그럴까?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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