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업계에 따르면 KDB생명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지난해 9월 KDB생명 매각을 공지하고 예비입찰을 진행 중이지만 매각 네 번째 시도에도 아직까지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예비입찰을 마무리하고 연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올해 초 매각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일각에서는 인수 후보군으로 우리금융그룹, KB금융그룹, BNK금융그룹이 거론됐지만 현재 중견급 사모펀드 말고는 아무도 나서는 곳이 없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산은은 과징금을 물게 될 판국이다. KDB생명의 최대주주는 산은이 투자한 사모펀드(PEF) 등이다. 금산분리법에 따라 PEF는 최대 10년까지만 금융사를 보유할 수 있는데, 3월이면 10년이 된다. 남은 기간 극적인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과징금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산은은 6000억~8000억원 수준에 KDB생명을 매각할 계획이지만 예비입찰에 참여한 PEF는 2000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PEF가 10년 이상 금융사를 보유한 전례가 없어 금융당국이 KDB생명의 지분을 가진 PEF와 SPC에 과징금을 부과하면 매각에 실패해 과징금까지 내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관련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을 거친 KDB산업은행이 매각에 성공하려면 수익성 개선 작업이 먼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신용평가사 전문가는 "KDB생명은 2016년, 2017년 적자를 만회하는 과정에서 영업조직을 줄이고 구조조정을 시도하면서 비용 절감에 신경을 쓰다보니 영업이 위축된 상황"이라며 "일차적으로 영업 정상화,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DB생명은 과거 방카슈랑스 활성화로 저축성 상품을 많이 팔았다. 2017년 구조조정 이후에는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바꿔 판매 비중의 약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생존담보 상품, 가령 암진단, 암보험, 상해보험 질병보험 등 3보험 판매를 강화하기 위해 인력을 투입하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분기보고서에서 KDB생명은 영업비용을 1년 전에 비해 1조112억원에서 9322억원으로 줄었으나 영업수익이 9865억원에서 9474억원으로 뒷걸음질 치면서 수익성이 감소하고 있다. 해당 기간 보험료 수익은 6852억원에서 6478억원으로 줄었다.산은은 현재까지 증자 등으로 투입된 가격(1조2500억원)의 절반 수준인 6000억~8000억원 수준에 인수할 기업이 나와 주길 바라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ABL생명을 매수할 때 오히려 돈을 받고 싸게 사니 팔렸다"며 "KDB생명이 원하는 가격 수준보다 싸게 팔면 매력있는 매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KDB생명이 그동안 증자를 많이 해서 돈을 부운 만큼 기업가치보다 너무 싸게 팔리면 배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좋아지면 괜찮겠지만 현재 상황에선 생명보험업이 계속 나빠질 분위기다. 원금 때문에 가격을 계속 다운시키는 것보다 적정한 가격에 빨리 파는 게 나을 것"이라며 "KDB생명을 인수해 얻어지는 가치가 1.5라면 가격이 좀 낮더라도 시너지가 생기는 금융사는 매수자로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보험업계 매물로 나온 더케이손해보험은 하나금융지주에 인수됐다. 자동차보험, 일반보험, 장기보험을 취급하는 더케이손보를 인수해 하나금융지주는 비금융을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는 대만계 금융그룹 푸본, KB금융지주 등이 뛰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