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자회견에는 매체당 영상 1명, 사진 1명, 취재 1명 등의 인원 제한이 있었다.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KFMA) 영화행사출입매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KFMA 미등록 매체들도 입장이 불가했다. 큰 관심을 받은 영화인 만큼 많은 기자들이 몰릴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보였다. 여러 가지 참가 제약이 있었지만 대학생 기자라는 타이틀을 무기로 다른 매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가까스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기자회견에 발을 들였다.
이어 봉 감독과 긴 시간 동안 오스카 캠페인을 함께 했던 송강호는 “처음 겪어보는 과정이었다. 작년 8월부터 오늘까지 6개월간 영광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객들에게 뛰어난 한국 영화의 모습을 선보이고 돌아와서 여러분들께 인사드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배우들이 각자의 소감을 전하자 함께 했던 배우와 감독들도 흐뭇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기생충 신드롬 이후 봉준호 감독은 물론 출연진과 스태프들에 대해 세계의 관심이 쏟아진 만큼 이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시점에서 기생충의 배우들과 감독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본업으로 돌아간다”고 말하며 앞으로 이들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모았다. 봉 감독은 차기작 준비에 대해 "이미 <옥자> 때 번아웃 증후군 판정을 받았는데 <기생충>을 찍고 싶어서 없는 기세까지 긁어모았다"며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님 말대로 조금만 쉬었다가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장혜진이 “할리우드에서 출연 제의가 온다면 ‘오브 코스, 와이 낫~ 아임 레디(Of course, why not? I’m ready)라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재치 있게 답하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송강호도 “할리우드가 아니라 국내에서라도 일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촬영이 작년 1월 말이었다. 13개월째 아무런 일이 없이 지내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어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사회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들이 끝나고 마이크가 기자들에게 주어지자 질문 경쟁이 시작됐다. 수많은 취재진들 앞에 선 기생충 팀은 들뜬 모습을 보이면서도 끊이지 않는 기자들의 질문에 신중하게 답변을 했다. 특히 전 세계의 관심을 실감하듯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외신 기자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CNN 기자가 질문을 하자 봉준호 감독은 당황하며 “지금 최성재 씨가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영어질문을 듣게 되니까 순간적으로 당황했는데 마침 옆에서 통역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재치 있게 말하며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최성재 씨는 기생충 팀의 미국 캠페인 과정에서 통역을 맡은 인물로, 영화에 대한 관심 만큼이나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시간 관계상 모든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는 못했다. 다만 봉준호 감독의 단독 사진촬영과 전체 포토타임을 끝으로 기자회견이 마무리되기까지 무대를 내려오는 배우와 감독의 입가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작년 5월 칸부터 오스카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사가 있다 보니 영화사적 사건처럼 기억될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며 "하지만 영화자체가 기억됐으면 한다”는 말로 소감을 전했다.
한 시간 여간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기생충’의 여정이 드디어 끝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패키지 여행을 마치는 느낌마저 들었다.
한편 기생충은 2019년 5월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5월 30일 곧바로 국내 개봉해 53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작품성과 흥행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같은 해 10월 11일에는 배급사인 네온(NEON)을 통해 북미에서 정식 개봉했다.
이후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26회 미국 배우조합상(SAG) 앙상블상, 제72회 미국 작가조합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까지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리고 지난 9일에는 대망의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감독상·국제영화상을 휩쓸며 기생충 신드롬을 일으켰다. 지난해 100주년을 맞은 한국 영화계에도 의미 있는 성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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