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24일(현지시간) 2018년 2월 이후 2년 만에 일일 최대 낙폭을 쓰면서 올해 상승분을 전부 반납했다.
다우지수가 이날 하루에만 1031.61포인트(3.56%) 주저앉은 2만7960.80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증시 간판 S&P500지수는 3.35% 하락한 3225.89에, 나스닥지수는 3.71% 내린 9221.28에 각각 마감했다.
세계 시가총액 가운데 44%를 차지하는 S&P500에서만 9270억 달러(약 1123조원) 증발했다고 로이터는 집계했다.
지금까지는 시장은 코로나19가 대체로 중국 국경 안에 머물고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제한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주말 새 한국, 이탈리아 등에서 확진자가 급증세를 보이면서 이런 기대는 팬더믹 공포로 바뀌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란을 시작으로 쿠웨이트와 바레인 등 다른 중동 국가들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프린시펄 글로벌 인베스터스 시마 샤 수석 전략가는 "시장은 현재 유럽이 지난해 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던 중국의 모습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또 그간 투자자들이 미국의 긍정적인 소비지표와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도취되어 과도하게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낙관하고 있었는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CNN은 이날 뉴욕증시를 '태양 가까이 날다가 밀랍으로 만든 날개가 녹아 추락한 이카루스'와 비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애플과 나이키를 비롯해 주요 기업들이 실적 악화를 경고했음에도 시장이 이런 우려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애플이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 뒤에도 S&P500지수는 하루 만에 반등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S&P500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S&P500지수가 가장 최근 사상 최고치를 찍은 지난 19일을 기준으로 19배다. 2002년 5월 이후 가장 높고, 10년 평균인 14.9배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기업 순익 대비 주가가 높게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회장은 "역대급으로 높은 PER은 역대급으로 낮은 물가상승률과 금리로 설명할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이 워낙 높기 때문에 최근 과열국면은 조정에 취약하다"고 짚었다.
골드만삭스 역시 지난 20일 시장이 코로나19 사태를 얕보고 있다면서 미국 증시가 전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지는 '조정'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컨설팅업체 드비어그룹의 나이절 그린 최고경영자(CEO)는 "증시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상황에서 바이러스가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과소평가되고 있었다"면서 "확산 범위가 커지고 시장 조정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코로나19 위험 노출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을 피해 안전자산으로 도피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은 1.7% 상승한 1676.60달러로 7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국채 가격이 상승하면서 금리는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가 1.377%로 0.093%P 내려 2016년 이후 최저로 곤두박질쳤다. 30년 만기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0.068%포인트 내린 1.849%로 사상 최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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