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원을 지켜라"…기업들 '컨틴전시플랜'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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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다희 기자
입력 2020-02-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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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LG 선제대응으로 의심환자부터 차단…삼성·현대·신세계 소극적 대응

  • 대기업‧공기업들 잇달아 재택근무 나서…중소기업들 여전히 정상 출근

서울시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전경[자료=견다희 기자]

[데일리동방]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대응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기업들은 임직원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무지속계획(BCP·Business Continuity Plans)'을 비롯한 '비상계획(컨티전시 플랜)'에 돌입했다.

선제적 대응으로 기업의 위기대처 능력을 발휘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연차소진 강요 등 소극적 대응으로 상반된 조치를 보이는 기업도 있다. 

◆SK·LG그룹, 임직원에서 협력사까지 지킨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25일부터 전사적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계열사인 SK텔레콤은 전날 오후 내부 공지를 통해 오는 3월 1일까지 재택근무를 권장하기로 했다. 재택근무는 필수인력 30% 안팎을 제외한 전사원이 대상이다. 기간 연장 여부는 상황에 따라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지주회사인 SK도 25일부터 필수인력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이외 전 계열사도 같은 날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재택근무로 구성원과 가족 건강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대면을 중심으로 일하는 현행 방식을 혁신하는 계기가 되게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LG그룹 전경. [사진=견다희 기자]

LG그룹도 코로나19 감염증 조치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실시간 분산을 위해 사내식당 운영 연장과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플렉시블 근무제'를 도입했다.

육아가 필요한 직원은 재택근무를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임산부는 예외 없이 재택근무한다.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직원은 남녀 구분 없이 재택근무를 허용하기로 했다. 개학이 연기되고, 이날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휴원에 들어가면서 늘어난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LG전자는 모든 사업장에서 외부 방문객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입직원들 사업장간 출장도 금지했다. 재택근무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외부에서 업무용 클라우드에 원활히 접속할 수 있는 장비와 네트워크 점검도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협력사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무이자 자금과 마스크, 항공 운송비 등 총 55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자체 제작한 자가진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임직원에게 배포해 하루에 1회씩 반드시 입력하도록 했다. 입력 내용은 발열이나 기침 등 건강 이상이나 확진자·의심자 접촉 여부다.
 

(왼쪽부터)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삼성그룹, 서울시 서초구 삼성동 현대백화점그룹, 서울시 중구 소공동 신세계그룹 전경. [자료=각사]

◆삼성·현대·신세계그룹 상대적으로 소극 대응

삼성그룹은 전 계열사 임산부 등 면역력이 약한 근무자들에 한해 집에서 일하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비상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스마트시티(구미사업장) 근무 직원들을 대상으로 24일부터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현대차그룹도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등이 일제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를 확대 시행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서울 양재동 본사와 서울·경기 지역 근무자를 대상으로 이날부터 3월 6일까지 재택근무를 실시할 예정이다. 개학 일정이 연기됨에 따라 초등생 이하 자녀를 둔 직원에겐 휴가를 사용하도록 했다.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제철도 2개조로 나눠 격주 단위로 재택근무를 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4일 지역간 출장과 방문을 자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중요한 회의는 연기하거나 화상·컨퍼런스로 대체하는 식으로 직원간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더불어 전 직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사내 회식과 술자리를 동반한 외부 만남을 금지시켰다.

신세계그룹은 중국 등 불필요한 해외출장을 금지시킨 동시에 개인 해외여행을 자제해달라고 임직원에게 요청했다. 고객 접점 근무자들에겐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 이마트와 SSG닷컴 직원 중 임산부에겐 2주간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경기도 판교 NS홈쇼핑 전경. [사진=견다희 기자]

◆ICT·유통업계 확진자 없이도 선제적 대응

홈쇼핑업계 중에선 NS홈쇼핑이 선제적으로 전 직원에게 재택근무를 독려했다. 회사는 24일부터 업무에 지장이 있다고 생각하는 임직원은 조직별 인원 교대를 통해 재택근무를 허용키로 했다. CJ ENM 오쇼핑부문도 NS홈쇼핑 대응 다음 날부터 재택근무에 들어간다.

반면 GS홈쇼핑·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 등 다른 홈쇼핑 업체는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NS홈쇼핑 관계자는 "지난 주말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로 상향해 대응체계를 대폭 강화키로 했다"면서 "이에 따라 심각 단계가 완화되기 전까지 근무 지침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서도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24일 '코로나19 TF'를 운영하면서 업무공간 소독을 확대하고 임산부나 기저질환자와 영아·노부모를 돌보는 직원은 재택근무에 들어간다. 26일부터는 전 직원 대상으로 원격근무로 대응을 강화했다.

카카오도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지역 방문자와 휴원·휴교 기관에 자녀를 보내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재택근무를 권장해온 이베이는 같은 날 오후 4시부터 일주일간 재택근무를 하다록 했다. 재택 일정은 따로 정하지 않고 각자 상황에 따라 조정한다.

쿠팡도 이날 잠실 사옥 전 직원 3000여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쿠팡은 1주일에 하루만 허용되던 재택근무 원칙을 완화해 필요한 경우 주5회까지 재택이 가능하도록 한 상황이다.

차량공유서비스 '쏘카'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희망 직원에 대한 재택근무를 시행한다. 출근하는 직원들은 대중교통보다 쏘카나 타다를 이용하게하고 그 비용을 회사에서 지급하기로 했다.
 

서울시 용산구 아모레퍼시픽그룹 전경.[자료=견다희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도 25일 서울 용산구 본사 사옥을 폐쇄하고 재택근무에 나섰다. 전날 바로 옆에 있는 LS그룹 직원이 1차 진단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자 내린 조치다.

반면 인터파크는 직원들에게 연차 소진을 강요하는 등 상반된 조치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파크는 지난 26일 전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주 3일 근무하는 대신, 3일은 연차를 사용해 달라고 고지했다. 

이런 조치에 인터파크 직원들은 불법이 아니냐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머슴일도 대감집이 낫다…한숨 쉬는 중기 근로자

대기업과 공기업들이 잇따라 재택근무에 돌입하자 중소기업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4일 18만개 회원 기업들에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출퇴근 시차제·자택근무·원격회의 등을 자율적으로 시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국내 전체 기업 중 90%에 이르는 중소기업은 이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불경기 극복이 우선인 중소기업은 재택근무 선택권이 사실상 없다. 직원이 적고 맡은 일이 모두 달라 한 사람만 빠져도 업무 공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종사자는 "우리 회사는 ICT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재택근무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고용난으로 필수인력만 고용하고 있어 한 사람만 없어도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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