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전력사업 입찰에 중국 업체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한전은 곧바로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불씨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조만간 완도∼제주 구간 제3 초고압직류(#3HVDC) 해저케이블 건설사업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는 제주지역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전남 남부지역 계통보강을 위한 사업이다.
일각에서는 한전이 이 사업을 비용 절감을 위해 국제입찰로 진행할 예정이며 중국 업체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파장이 일었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가입국이 아니어서 국내 공공조달 입찰 참여는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한전은 GPA 가입국이 아니어도 국제입찰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로부터 "발주처가 필요로한다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는 것이다.
전선업계는 만약 이 사업이 국제입찰로 시행돼 저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가 국내 전력사업에 참여하면 저가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국내 전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자력국민연대를 비롯한 7개 시민단체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전력 안보를 위협하는 정부와 한전의 '꼼수' 국제 입찰 시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같은날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한전 사업에 중국 기업의 참여를 허락하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코로나19 때문에 경제가 휘청거리는 이 시국에 한 나라의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가 국내 기업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유례도 없는 중국 기업의 입찰을 허용시켜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말이 되냐"고 주장했다. 이 청원에는 27일 오후 4시 현재 2만8500여명이 동의했다.
이날 한전은 사업 계약과 관련한 구체적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전은 "해당 사업의 공고 일정은 물론 입찰 방법, 참가 자격 등 계약 방법도 현재 내부검토 단계로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관련 법령에 따라 계약의 목적과 성질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또 "입찰 참가 자격 범위와 관련해 내부검토 과정에서 기재부에 규정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해 '발주기관이 자체 판단하라'는 회신을 받은 적은 있지만, 중국 입찰 참여에 대한 허락을 받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