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흔들리는 재난컨트롤타워…‘늑장대응’에 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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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입력 2020-03-0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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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총리, 대구 현장 지휘…"재난콘트롤타워 어디 있나" 비판도

  • 예견된 '마스크 대란', 재난물자조달체계부터 다시 세워야

  • '방역체계 보강'ㆍ'경기 부양' 위한 거액 '추경',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파죽지세다.

지난 두 달여 동안 국민들의 일상은 무너졌고, ‘마스크 대란’ 등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이를 통제할 국가 재난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정부 부처간,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간 조율과 협업은 ‘엇박자’이거나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코로나 방역 전체를 진두지휘해야 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달 26일부터 대구로 내려가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현장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 총리는 5일 국회에서 추경 및 기금운용계획변경안 제출에 대한 시정연설을 갖고, "코로나19 확진자의 급격한 증가와 전국적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의료자원의 추가적 확충과 방역체계의 강화가 시급히 필요하다"며 국회에 신속한 추경 처리를 당부했다.
 

[사진=아주경제]


◇ 현장 모르는 ‘옥상옥’ 재난컨트롤타워···질본 독립기구화 공론화=

지난달 23일 위기경보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정부의 컨트롤타워는 보건복지부에서 국무총리실로 격상됐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중앙재난안전본부장을 맡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이 각각 부본부장을 맡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장을 모르는 행정 관료들이 재난컨트롤타워를 맡아서 결국 보고-결제 라인만 늘어난 격이라며 ‘옥상옥(屋上屋)’ 지적도 나온다. 지난 세월호참사, 메르스 사태 때도 정부의 재난컨트롤타워 위상과 역할을 두고도 이 같은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현장전문가인 질병관리본부장에게 방역에 관한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의 9·11 참사 때는 뉴욕소방서장이 컨트롤타워를 맡아 군과 경찰을 통제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와의 전쟁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질병관리본부를 독립기구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정세균 총리도 “세계 일류 수준의 방역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면서 “질병관리본부 독립 기구화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대구로 내려간 정세균 총리의 역할을 두고도 비판이 제기됐다.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대구경북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지역민, 의료진, 지자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현장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현장행을 선택했지만, 총선을 앞둔 ‘민심 관리’용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실제 총리가 대구에 머문 지난 1주일간 대구경북지역 감염병 전시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경북 지역의 확진자 증가 속도에 비해 병상은 턱 없이 부족하지만, '중증환자 타 지역 이송'과 같은 요구사항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총리 역할에 비판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한 전문가는 “총리가 나서서 병상을 지정하고, 감염병 위기경보 심각 수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마스크대란', 재난조달체계 부재로 예견된 사태 =

‘마스크 대란’으로 국민 혼란과 불편이 가중되면서 정부의 마스크 공급 대책도 재차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마스크 대란’에 관련부처, 홍남기 경제부총리,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민께 송구하다"고 연일 고개를 숙였지만, 아직까지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예견됐던 마스크 공급 부족과 매점매석 문제에 정부가 적극 대처하지 못하면서 ‘마스크 대란’이 초래됐다는 지적이다. 뒤늦게 우체국과 농협, 약국 등을 통해 공적 물량으로 확보한 마스크를 판매 중이지만 실제 국민들이 체감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재난물자 관리 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KF94 등 황사용 방진 마스크는 안전 인증 문제 등 의약품으로 취급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수급 관리하는 담당 부처다. 하지만 마스크 수출 관리, 매점매석 등의 종합적인 수급 관리는 장관급인 기획재정부 등 타 부서 소관이다. 당초 가용 인력과 관리 문제에 한계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비상시 마스크와 같은 재난 물자 수급과 관련해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 보급할 재난물자조달체계가 사태 발생 초기부터 마련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뒤늦게라도 마스크 대란을 수급하기 위해선 공적 판매량을 최대한 늘리고 수급 체계도 바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마스크 대란을 막기 위한 조치로 마스크 최고가격 지정과 공적판매를 생산량의 90%까지 높이자고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자 정부는 5일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추가로 내놨다. 정부가 생산-유통-분배까지 100% 책임지고, 하루 생산량도 1천400만장 내외로 늘리며 공적 의무 물량도 현행 50%에서 80%로 늘리기로 했다. 마스크 수출은 전면 금지했다.

다음 주부터 마스크는 신분증 확인을 거쳐 1주일에 1인당 2매씩 살 수 있도록 제한된다. 출생연도에 따라 마스크 구매 5부제를 적용해 구매가능 요일도 한정된다.

 

[사진= 아주닷컴 장윤정 기자 ]


◇추경 ‘총선용 퍼주기’ 논란? 코로나 종식 위한 직접 지원 확대해야=

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11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다. 역대 감염병 대응 추경 중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를 넘어 가장 크다.

이번 추경은 코로나 사태를 조기 극복하기 위한 방역체계 보강과 침체된 침체된 내수 경기를 살리는 데 쓰일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장 피해극복을 지원하고, 경제 모멘텀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마련한 대책"이라며 "얼어붙은 소비를 뒷받침할 수 있는 대책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담았다"고 설명했다.

얼어붙은 소비를 되살리기 위해 저소득층과 노인, 아동 등 500만명에게 4개월간 2조원 상당의 소비쿠폰을 지급한다. 소비쿠폰은 온누리상품권이나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준다. 특히 7살 미만 자녀를 둔 모든 가정에 아동 1인당 40만원씩 소비쿠폰을 지급할 예정이다.

우선 코로나19 입원 및 격리치료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생활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1인 가구의 경우 월 최대 45만5000원, 5인 이상인 가구는 월 최대 145만8000원을 받을 수 있다. 생활지원비는 가구원 수 및 격리기간 등을 고려해 책정한다.

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1조7천억원을 풀어 긴급 초저금리 대출을 확대한다.

저임금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일자리안정자금 지급 대상 5인 이하 영세사업장에 임금을 4개월간 1명당 7만원씩 추가로 보조해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을 완화한다.

 

[2000년 이후 추경]



이를 두고 미래통합당 등 일부 야당들은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돈 풀기’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래통합당 이종배 예산결산특별위 간사는 5일 추경에 대해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코로나19 조기종식 의지도 미흡하며 코로나19 직접 대응 예산이 0.7%에 불과한 3무(無) 졸속추경"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감염병 전문병원, 음압병실 확충 등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추경 예산은 800억원으로, 전체 규모의 0.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추경 세부내역안과 관련해 △긴급마스크 생산설비 정부산하기관 즉시 도입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의 휴교·휴원에 따른 가정돌봄 획기적인 지원 △코로나 검사비용 전체 국가가 환급 △국가지정 음압병실 2000개 확대 △대구·경북지역 특별재난지역 선포 △소상공인·중소기업에 국고지원 등 6개 안을 내놨다.

이밖에 이번 추경으로 국가재정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추경 재원으로 지난해 한은잉여금 7천억원, 기금 여유자금 등 7천억원이 우선 활용되는데 나머지 10조3천억원은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현 정부 들어 최대 적자국채 발행이다.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1.2%로 재정건전성 유지의 마지노선인 40%를 넘어선다.

문제는 거액의 추경을 투입하고도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총리는 이날 시정연설에서 “중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위축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OECD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성장률을 0.3%p 낮춘 2.0%로 전망하면서 하방리스크에 대응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추경에도 경제 충격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 전문가는 "추경의 본질은 코로나 방역 대책과 피해 구제다. '언 발 오줌누기'식 경기 부양 지원보다는 코로나 종식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에 좀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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