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 브랜드 ‘쥴(JUUL)’이 야심차게 시작한 국내 직영점의 영업을 모두 중단했다.
국내 성인 흡연자들에게 대안책을 제공해 그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목표가 수포로 돌아갔고, 유해성 논란, 현지화 전략 실패 등이 이어지며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미국 현지 본사마저 부진에 빠지면서 국내 시장에 진출한지 1년도 못 채운 쥴랩스의 철수가 기정사실화됐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텅 빈 광화문매장, 유해성 논란 후 사실상 개점휴업
9일 쥴랩스코리아와 업계에 따르면 쥴랩스 직영매장인 광화문점은 지난해 7월 문을 연 강남 세로수길지점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였다.
당시 쥴랩스코리아는 직장인 흡연자들을 타깃으로 광화문 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그 해 5월 국내진출 당시부터 해소하지 못한 유해성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인근 경쟁브랜드 매장에 비해 찾는 이가 적었고, 유해성 논란이 가중되면서 흡연자들의 발길은 더욱 뜸해졌다.
특히 쥴랩스코리아 구조조정이 알려진 1월 중순 이후부터는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직원마저 마음이 떠난 매장을 찾는 고객은 드물었던 탓이다.
결국 쥴랩스코리아는 오는 8일 서울 광화문점과 동교동 연남점, 신사동 세로수길점 등 국내에서 운영 중인 쥴 스토어 3곳을 폐점했다.
본지 취재 결과 9일 광화문점은 빈매대와 포장용 종이박스만을 남겨둔 채 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이 곳이 쥴 스토어라는 곳을 알려주던 간판마저 떼어져 어디론가 옮겨진 상태였다. 이 곳이 쥴 스토어였음을 알려주는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한 때 담배업계 ‘테슬라’ 목표, 폐질환 유발 등 논란 해소 못하며 추락
미국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을 평정했던 쥴랩스는 지난해 5월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들이 내놓은 전자담배 쥴은 미국에서 폐질환 유발, 청소년 흡연율 증가 등 논란에 섰고, 이를 해소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태에서 국내에 진출했지만 논란은 역시 계속됐다. 특히 쥴 랩스 공동설립자인 제임스 몬시스와 아담 보웬 등이 직접 한국을 찾아 마케팅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이들은 유해성 논란 등에 대한 직접적인 입장을 회피해 되레 논란을 키우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한 때 담배업계의 테슬라를 꿈꿨던 쥴랩스의 추락은 이 같은 폐쇄적인 경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유해성 논란에 대해 정면 돌파를 하는 것도 아니고, 소극적으로만 대응하며 논란을 키웠다”면서 “테슬라를 꿈꿨지만 쥴랩스 어느 누구도 위기에 맞선 혁신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가 ‘사용 자제를 강력 권고’한다는 표현까지 동원해 유해성을 알리면서 전자담배 쥴은 GS25 등 주요 편의점에서 판매가 중단됐다.
쥴랩스코리아 국내 사업 철수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쥴랩스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사업을 완전히 접는 것은 아니다"며 "추후 편의점과 판매 재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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