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3일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후 국내 대형 생명보험 3사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 대형 생보사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IFRS17(새 국제회계기준) 이전에 도입한 부채평가방식인 LAT(부채적정성평가) 부담이 크다. 이들 기업은 과거 고금리 보험상품을 다수 판매한 상황이어서 글로벌 금리인하 기조에 맞춰 더 많은 책임준비금을 적립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책임준비금이란 보험회사가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험료의 일정액을 적립하는 돈이다. 은행의 지급준비금과 비슷하지만 보험사가 사내유보나 자산운용준칙에 따라 자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차이가 있다. 매 결산마다 계약종류별로 책임준비금을 산출하도록 법률로 정해 보험회사의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는 것도 특징이다.
문제는 쌓아둔 책임보험금이 적정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LAT를 보면 국내 대형 생보사 3사가 업계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LAT평가액(생보사 책임준비금 대비 순잉여액 비율)은 8%대를 기록 중으로 업계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2%대를, 교보생명도 3%대를 기록 중이다. 동종업계 DB생명이 33%를, 오렌지라이프 27%, 미래에셋생명 19%, 신한생명 19% 등과 비교해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3년물 금리는 개장 직후 연 0.998%까지 하락했다가 이후 반등해 1%대를 회복했다. 3년물 금리가 장중 1% 미만에 거래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채권, 주식 등에 영향을 미치며 보험사의 자산운용이익률을 떨어뜨려 보험사 책임준비금 적립 압박을 가중시킨다.
김경무 한국기업평가 연구위원은 “금리가 낮아져 나가야 할 부채 규모가 커진 셈이다. 그걸 반영하자는 게 IFRS17 제도인데 부채가 너무 커지면 현재 준비금으로 감당할 수 없어 업계가 순차적으로 대비하자는 의미에서 LAT 제도를 도입했다”며 “금리 인하 전망으로 대형 생명보험사 부담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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