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법 무산… 느긋한 “카뱅” 답답한 “케뱅”
KT 공정거래법 위반 문제로 케뱅 증자 난항
카카오, 카뱅 최대주주로...5000억 실탄 장전
내년 7월 토스뱅크 출범...3사 2라운드 예상
[데일리동방]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인전법)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국내 1~2호 인터넷전문은행의 행보가 극명한 온도차이를 보이고 있다. 자본확충에 성공한 카카오뱅크는 신규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비교적 느긋한 모습이지만, KT를 최대주주로 올리려던 케이뱅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을 이어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결격사유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을 삭제하는 내용의 인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케이뱅크의 자본 확충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본금이 바닥나 지난해 4월부터 대출을 중단한 케이뱅크에게는 대주주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인전법 개정안 통과 여부가 ‘생사 갈림길’이라는 의견까지도 나왔다.
2017년 같은 해에 설립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설립 초기 빠르게 여신을 늘려가면서 자본 확충 문제에 부딪혔다. 그러나 두 은행은 은산분리법의 적용을 받아 쉽게 유상증자를 받을 수 없었다. 설립 1년차인 2018년 3월 말 기준 두 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11.4%로 하락해 은행권 규제비율 10%에 바짝 다가서기도 했다.
산업자본이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최대 10%(의결권 행사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한 은산분리법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유상증자 발목을 잡았다. 이 때문에 기존 은행권이 하지 못했던 ‘혁신적 서비스’를 선보이지 못한다는 불만이 커져 갔고, 지난해 인터넷은행 특별법 제정으로 산업자본이 기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의 4%에서 34%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1월에는 카카오를 최대주주로 전환, 5000억원의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했다. 업계는 유상증자로 직전인 지난해 9월 9.97%였던 BIS자기자본비율도 소폭 오르며 재무구조가 개선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경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향후 카카오뱅크 증자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케이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개정에도 웃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KT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케이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심사가 잠정 연기되면서 지난해 4월부터는 판매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던 대출 업무를 잠정 중단했다.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가 자본 확충으로 난관을 겪는 동안 친숙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펀(Fun) 마케팅과 모바일 친화적 서비스로 출범 2년 만에 고객 1000만명을 달성하는 등 사용자를 공격적으로 늘려나갔다. 이를 통해 지난해 1분기 처음으로 65억6600만원으로 흑자 전환을 하며 3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주식계좌 개설 서비스, 잔돈 모음 서비스인 ‘카카오뱅크 저금통’ 등 새로운 서비스를 늘려 왔다. 올해도 오픈뱅킹 서비스, PLCC 신용카드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반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지 못한 케이뱅크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742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냈다. 자본확충이 어려워 새 대출을 하지 못하면서 케이뱅크의 부실채권비율도 크게 늘었다. 케이뱅크의 부실채권비율은 2019년 말 1.41%로 1년 전에 비해 0.74% 늘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의 부실채권비율은 0.22%로 전년 동기대비 0.09%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이 대출을 하지 못하면 사실상 생존이 어렵다고 볼 수 있는데 케이뱅크의 가장 큰 문제는 대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KT 대주주 문제로 유상증자를 하지 못해 영업 정상화가 어려운데 정부가 이 상황을 수수방관하는 것은 예금자보호 측면에서라도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케이뱅크가 대주주 문제를 해결해 자본금을 확충하더라도 향후 카카오뱅크와의 격차를 좁히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대주주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 정확하게 예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케이뱅크가 뒤늦게 증자에 성공하더라도 재무구조는 개선할 수 있지만 카카오뱅크와 격차를 좁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여러가지 대안이 있긴 했지만, 법 통과가 유력하다 보니 이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21대 국회가 열리기 전 4~5월에 임시국회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그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으니 미리 준비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증자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새로운 주주사를 찾거나, KT의 자회사를 이용해 증자에 나서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였던 한국투자금융지주 카카오에게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기존에 주려고 했던 한국투자증권이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 때문에 지분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자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손자회사인 한국밸류투자자산운용에 카카오뱅크 지분을 넘겨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피한 선례가 있어 이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주주 문제가 해결되면 케이뱅크의 대출 영업도 곧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KT가 자회사 BC카드의 지분 69.54%를 가지고 있어 대주주 지분을 넘겨 BC카드를 통해 증자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케이뱅크 측은 “증자를 완료하면 대출을 재개해 영업을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새로운 서비스 출시 등은 증자 이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말 3호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토스는 내년 7월 토스뱅크 출범을 예정으로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등 활발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지난해 토스뱅크 사업계획 발표회에서 “기존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이 하지 않는 금융상품을 내놓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처럼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제1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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