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주는 보통 시장이 좋지 않을 때 시장지수 보다는 덜 떨어지는 방어주 역할을 하지만 이날은 예외였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할 것 없이 모두 급락 마감한 것이다.
보험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장금리가 장중 처음으로 1% 밑으로 떨어진 영향이 컸다. 또한 코로나19에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했지만, 대중교통을 피하면서 지난해보다 보험사 손해율이 나빠진 영향이 컸다. 무엇보다도 투자자 공포 심리가 커진 것이 주효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코스피 지수는 2000선을 하회(-4.19%)했고 보험주들은 줄줄이 급락 마감했다.
하락폭이 큰 순서대로 나열하면, 한화생명(-9.39%) 한화손해보험(-7.76%), 삼성생명(-7.55%), 현대해상(-5.64%), DB손해보험(-4.87%), 미래에셋생명(-4.44%), 삼성화재(-2.87%), 메리츠화재(-2.73%) 순이다.
한화생명의 경우 전날 하루 공매도 거래대금이 35억2890만원, 거래량이 247만3738주로 최근 11일거래일간 공매도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투자자들이 겁에 질린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연구원은 "원래 코스피 급락 국면에선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보험주는 시장지수 대비 아웃퍼폼하는 경우가 많은 방어주인데, 시장금리가 급락해서 그 타격이 컸던 것 같다"며 "생보사들은 금리하락에 민감하기 때문에 하락폭이 더 컸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0bp(1bp=0.01%포인트) 내린 연 1.038%에 장을 마쳤다. 장중엔 3년물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 미만에 거래되기도 했다. 10년물 금리는 연 1.286%로 8.4bp 하락했다.
하지만 손해보험주 급락은 좀 지나치다는 해석이다. 이날 장이 열리고 생보주는 반등하는 기색도 보였으나 손보주는 일제히 또 하락하는 모양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DB손해보험(-6.06%), 메리츠화재(-3.86%) 한화손해보험(-3.83%), 현대해상(-2.86%) 등이 줄줄이 빠지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손해보험사는 상대적으로 금리 하락 영향이 제한적이고, 이번에 코로나19에 따라 외출을 자제하고 의료기관 방문을 꺼리면서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손해율이 나아져 수혜를 보는 측면도 있는데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빠지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보사의 지난 2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8.33%로 지난달보다 크게 개선됐다. 삼성화재는 87.2%로 지난 1월(95.9%) 보다 크게 떨어졌으며 이밖에 현대해상 87%, DB손해보험 87.0%, KB손해보험도 88%로 90% 이내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2월)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00%를 훌쩍 넘긴 것과 비교하면 10%p 넘게 나아진 셈이다.
그런데도 손보사 주가 급락이 지나친 이유는 손보사 손해율이 전달보단 분명 개선됐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0.1%포인트 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사람이 밀집한 대중교통보다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주가가 6% 넘게 빠지고 있는 DB손보는 지난 24일부터 이날(9일)까지 11거래일간 4거래일을 제외하고 공매도 거래액이 꾸준히 1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전날은 12억원에 달했다.
한편, 이날 국제유가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 떨어진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글로벌 증시도 함께 붕괴했다.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7.79%, 영국 FTSE 100(-7.69%), 프랑스 CAC 40(-8.39%), 독일 DAX 30(-7.94%), 유로스톡스 50(-8.45%) 등도 줄줄이 폭락했다. FTSE 100 낙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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