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거래도 줄었는데 매수인에게 요청해야 하는 서류만 최대 15종이에요. 거래 한 건을 할 때마다 매수인과 매도인, 중개업소까지 모두에게 부담이 갈겁니다."(잠실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지난 13일부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이상의 주택을 거래할 때는 자금 출처 증빙자료도 함께 첨부해야 한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3억원 이상, 비규제지역에서는 6억원 이상의 주택을 거래할 경우 자금조달계획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수세 위축이 예상된다. 증빙이 힘든 자금으로는 집을 사지 말라는 사실상의 주택 거래 허가제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서울 잠실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취급하는 매물 대부분이 9억원을 넘는데 규제가 추가돼 앞으로가 걱정"이라며 "자금조달계획서에 증빙서류까지 내라고 하면 쉽게 집을 사기도, 팔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개업소를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금조달에 대해 소명해야 할 자료가 많을 경우, 거래가 완료되는 데까지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직거래가 아닌 중개계약의 경우, 공인중개사가 실거래 신고서를 제출할 때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자료도 일괄 제출해야 한다.
9억원 초과 고가주택을 살 때는 자금조달계획서 상에 매입 자금을 상세히 기재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잔액 잔고증명서, 주식거래내역서, 증여·상속신고서나 납세증명서, 소득금액증명원이나 원천징수영수증,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임대차계약서, 부채증명서나 대출신청서, 차용증 등 최고 15종에 달하는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최근 '2차 풍선효과'가 일어나고 있는 지역에 대한 제재가 사실상 불가능한 '반쪽 규제'라고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인천·군포·시흥·안산·오산시 등을 포함한 비규제지역의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인 6억원 초과 주택이 거의 없다.
국토부의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최근 거래량이 급증한 인천·군포·시흥·안산·오산시 등 5곳의 지난해 9월 19일부터 이달 12일까지의 신고 건수는 총 4만2273건으로, 이 가운데 6억원 초과 거래 건수는 1634건으로 전체의 3.9%에 그쳤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자금조달계획서 없이는 편법 증여나 비정상적인 자금을 통한 주택거래를 찾아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비규제지역이다 보니 수요자들도 이번 거래신고 강화 방침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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