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한 한국정부의 선제적 대응은 민관 거버넌스가 만들어 낸 디지털의 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부가 데이터라는 자원을 개방하고,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AI·클라우드 기술력이 잘 결합하면 획기적인 대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원장은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국가 혁신에 민관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정부도 상당히 깨달았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처하는 ‘한국 모델’에 전 세계가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은 투명한 정보 공개 시스템을 토대로 대규모 바이러스 검사를 시행하는 등 정면 대응 방식을 택했다. 발병 초기 발 빠르게 대규모 바이러스 검사 시스템을 구축해 하루 평균 1만2천여건의 방대한 검사를 진행했고, 하루 최대 검사 능력은 2만 건에 달한다.
또 감염자의 동선을 추적해 접촉한 이들을 찾아내는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수집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했다.
“‘마스크 수급 대란’이 일어나자 곧바로 정부는 공적 마스크 판매 데이터를 제공했고, 정보화진흥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재가공해 네이버 클라우드와 공공데이터포털을 통해 개방형 API(Open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로 제공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불과 3일 만에 이러한 민관협력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죠.”
아울러 코로나 대응에 혁신성장의 핵인 AI·빅데이터·클라우드가 모두 폭넓게 활용된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문 원장과의 인터뷰는 구로콜센터 집단감염으로 수도권 확산 우려가 컸던 지난13일 서울 광화문 NIA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됐다.
◇ AI활용·공공데이터 개방·민관클라우드협력·...코로나19대응에 큰 시너지 발휘
문 원장은 “이번 코로나 대응에 AI기술과 클라우드를 가진 민간기업의 협력이 큰 힘이 됐다”며 “이는 데이터 경제로 나아가는 소중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와이즈넛’, ‘네이버’ 등은 코로나의 확산과 대응정보 제공에 AI기반 챗봇·음성봇 서비스를 제공했다. 특히 의료기기 기업 ‘씨젠’은 코로나19 진단 키트 개발에 AI를 활용해 개발시간을 2주 내외로 대폭 단축, 진단키트를 빠르게 공급할 수 있었다. ‘뷰노’가 개발한 의료영상 판독AI는 폐질환자의 X-ray 영상을 AI가 3초 이내로 판독해 중증 환자를 신속하게 분류할 수 있도록 했다. ‘디어젠’은 딥러닝 기반으로 코로나 19 치료효과를 예측해 HIV 치료제 등을 후보 약물로 제시하기도 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코로나 유관 공공 정보를 국민들의 접속 폭주에도 장애 없이 제공하기 위해 네이버 등 민간 클라우드 기업들은 앱과 웹서비스의 개발을 지원하는 파스-타 기반 클라우드 플랫폼과 네트워크 접속 폭주에도 탄력적으로 대응 가능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했다. 클라우드가 필요한 정부·지자체·공공기관과 공익성 앱이나 웹서비스를 개발·제공하고자 하는 개발자는 누구나 클라우드를 무료로 제공 받을 수 있다.
파스-타 얼라이언스는 정보화진흥원(NIA)이 국내 대표 클라우드 기업인 KT, NBP, NHN, 코스콤과 개방형 클라우드 생태계 조성 협력을 위해 지난 해 9월에 발족한 협의체이다.
이밖에 정보화진흥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대학이 개강을 연기함에 따라 대학생들에게 데이터·AI 교육콘텐츠 온라인 강좌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 데이터 생태계 구축…제조·의료·행정 경쟁력으로 1등 AI강국 가능
문 원장은 “이미 경제의 중심축은 데이터경제로 옮겨가고 있다”며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데이터 플랫폼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재편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 간에 데이터 주도권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EU가 힘겹게 대응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데이터 경제는 데이터가 촉매 역할을 해서 혁신적 비즈니스와 서비스를 창출하는 경제다. 데이터 경제가 활성화하려면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이른바 ABC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AI가 두뇌라면 빅데이터는 혈액이고, 클라우드는 혈액을 돌게 만드는 심장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튼튼하기 위해서는 장기 하나하나가 건강해야 하는 것처럼, 데이터경제도 하나의 생명체처럼 봐야 한다고 했다.
문 원장은 "미국은 원천기술을 갖고 있고,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산업 경쟁력, 행정시스템, ICT 인프라에서 결정적 강점이 있다"면서 "1등할 분야에 집중해 데이터와 AI를 결합하면 무조건 세계 1등 AI 활용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원장은 “우리나라는 철강, 반도체 등 세계 1등 제조 산업이 많고 특히 의료는 세계 톱이다.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같은 공공데이터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면서 “이들 데이터를 잘 꿰어야 한다.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회를 만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서비스와 사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디지털 정부와 데이터 고속도로 같은 디지털 대전환이 일어나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산업과 국가·사회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고, 기존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근본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OECD가 제시하는 '디지털 바이 디자인' 원칙을 제시했다. 데이터 활용·공유방식과 부처간 협업 프로세스를 바꾸면 대국민 원스톱 서비스가 저절로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또 각 부처의 기득권과 관행도 고쳐야 한다고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데이터 경제를 이끄는 AI·빅데이터·클라우드 연계 전략 중요
문 원장은 “민간에서 데이터를 개방하고 신기술을 수용하려면 공공이 먼저 클라우드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면서 “국가 차원의 클라우드 산업 육성 전략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공공분야의 클라우드 이용률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만 반 발짝 정도 나아진 상황이다. 좀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이제 클라우드 퍼스트, 클라우드 머스트 시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지난 2016년 연방정부 정보화 예산의 8.5%(8.6조원)를 클라우드에 활용했으며 높은 보안을 요구하는 기관(CIA 등)에서도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데이터 관련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청년 데이터 뉴딜' 과제를 통해 데이터 가공·분석 일자리를 통해 데이터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대규모의 가공 분석용 전처리 데이터를 제공해 데이터 생태계에 밑거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분석·활용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개 빅데이터 플랫폼과 100개 빅데이터 센터 구축이 완료돼 1458종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약 28억원의 데이터 판매도 이뤄졌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데이터 유통·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특히 데이터 3법의 후속으로 시행령과 데이터경제 활성화계획이 3월까지 수립될 예정으로 구체적인 범위와 내용이 정해지면, 보다 양질의 데이터가 유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문 원장은 “네트워크 효과로 AI 기술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서비스-데이터-이용자 간의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면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가 생겨서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커진다”면서 “초기에 격차를 따라잡는 전략이 절실하고 앞으로 2~3년이 그 골든타임이다”고 말했다.
◇'디지털 정부' '데이터 고속도로' '디지털 시민역량 강화' 3대 어젠다 추진
문 원장은 “지난 33년간 진흥원이 정보화 제1의 물결을 헤쳐 나갔다면, 이제 지능정보사회로의 패러다임 대전환기를 맞아 제2의 물결을 대비하고 주도해야 하는 시기”라면서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의 큰 변화에 전략적으로 잘 대응하지 못하면 국가적으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 원장은 “지난 1년간 5G 상용화, 국가 AI 전략, 디지털 정부혁신에 드라이브를 걸고 국가 차원의 굵직굵직한 범정부 계획을 확정하면서 방향을 잘 잡았다”면서 "이제 대통령이 끊임없이 강조하는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와 변화'를 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 3대 국가 어젠다를 통해 국가 디지털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전환 3대 국가 어젠다는 '디지털 정부' '데이터 고속도로' '디지털 시민역량 강화'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데이터 고속도로'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NIA가 큰 역할을 했다.
NIA는 행안부와 함께 공공데이터 전수 조사도 세계 처음으로 실시하기도 했다. 이 조사를 기반으로 공공 데이터를 점차 개방하고 있는 중이다. NIA는 또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빅데이터 플랫폼과 센터에서 생성하고 수집하는 데이터를 유통·거래하는 체계를 11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NIA는 '스마트시티 강국 코리아'에도 일조하고 있다. 올 1월 국토부가 추진하는 스마트시티 서비스 지원 기관에 지정됐다. 이에 따라 스마트시티 핵심 인프라인 AI와 데이터센터 구축을 NIA가 책임진다.
문 원장은 “현재 가동 중인 데이터경제 활성화, 디지털 정부혁신, 디지털미디어 등 3개 범정부 TF의 결과물이 3월중 발표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세대·계층간 디지털 격차 등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디지털 시민역량 강화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문 원장은 “정보화진흥원은 디지털 과의존을 예방하고 격차 해소를 하는 전담 기관”이라며 "디지털 정보 격차로 인한 소외계층, 사이버폭력, 가짜뉴스, 디지털 젠더 갈등 등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시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시민이 올바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회, 경제 등 전 분야 혁신을 이루는 디지털 포용국가를 이뤄야 한다"면서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소양과 행동 규범, 권리를 가르치는 디지털 시민역량 강화 운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프로필]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
△1959년 9월 광주 출생 △전주고·서울대학교 국사학과 졸업 △서울대학교대학원 외교학(석사수료)△나우콤 대표(2001~2011년) △나우콤 이사회 의장(2011년) △(사)공유사회네트워크 함께살자 이사장(2013~2018년)△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장(2015~2016년)△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선대위(제19대 대선) 가짜뉴스대책단장(2017년)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2017년~2018년) △총리실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위원(2018년~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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