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총액은 20억 달러(약 2조4000억원)에 머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 한달 간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액은 총 75억 달러(약 9조원)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이다.
현대건설·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지난 1월 해외에서 대형 수주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해외건설 수주 반등의 기대감이 커졌던 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딴판이다.
국내 건설사의 올해 1월 해외 수주 총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6.3배, 과거 5년 평균 대비 2.4배 상승한 수치였다.
지난해 연초 미·중 무역분쟁 등 세계 경제의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해외 건설시장 역시 침체기를 맞았던 것에 대한 기술적 반등이라고 해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1월의 이 같은 상승세는 지난달 초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점차 꺾이기 시작했다. 2월을 시작으로 해외에서 들리던 수주낭보가 주춤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연초 한껏 기대감을 높였던 올해 한국 건설업체의 해외건설 수주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폭발적인 수주낭보에 힘입어 올해 수주액이 지난해 223억 달러보다 대폭 증가한 300억 달러 안팎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월 들어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 건설 수주액이 크게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 급락 등 돌발 악재로 인해 경기 침체 양상이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 건설 수주 텃밭인 중동지역을 비롯해 글로벌로 번지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 급락의 글로벌 경제 파장은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이 많아 앞으로 그 파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경우 국내 건설업체들은 더욱 심각한 내우외환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현지시간 11일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인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하면서 물동량 감소, 자재공급 지연, 인력 공급 중단 등 악재들이 불가피해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주요 비OPEC 산유국 간 논의되던 코로나19 확산 대비 추가 감산 합의도 실패하면서 유가마저 폭락했다. 국제유가 하락세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미국이 세일가스 업계의 타격을 고려해 전략비축유를 늘리겠다고 밝혔으나 OPEC의 핵심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아랍에미레이트연합)이 거꾸로 석유 생산을 늘리기로 하는 등 러시아와 오일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하락으로 인해 중동발 플랜트 발주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내건설사들이 고스란히 타격을 받게 될 것이란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까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번지기 시작하면서, 해외건설업의 침체가 장기화 될 수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내 코로나가 진화되고 있으나 유럽과 미국은 이제 시작인 분위기라 사태는 더 악화되고 길어질 수 있다”며 “연초 장밋빛 올해를 기대할 정도로 수주실적이 좋았으나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예년보다 수주액이 감소될 것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현대건설은 3조3000억원 규모 중남미 파나마 최대규모 인프라 건설사업인 ‘파나마 메트로 3호선 건설공사’를 수주하면서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사우디와 알제리 등에서 잇따라 대형 프로젝트 사업권을 따내며 1월에만 해외 수주 4조원을 넘어서는 등 올해 해외시장서 국내 건설사들의 돌풍을 예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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