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 들어서자 세계 경제가 큰 충격에 빠졌다.
지난 주 세계 주요 증시가 일제히 폭락하고 유가가 급락하면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지수(Volatility Index)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인적, 물적 이동 제한으로 글로벌 공급망(GVC) 교란과 수요 위축 등 실물경제 공급과 수요 충격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원자재·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증가하는 등 글로벌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
이처럼 세계 경제에 '위기 경보등'이 켜지면서 미국 외 다른 주요 선진국들은 통화완화와 재정확대 등 경기부양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하는 2차 빅컷을 단행했다. 또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해 7천억달러(약 850조원)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기로 했다.
미국에 이어 캐나다, 뉴질랜드, 홍콩 등이 기준금리를 0.25~0.75%로 낮추며 '돈풀기' 정책 공조에 나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16일 오후 임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국내 기준금리가 0%대 영역에 들어서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경제상황이 엄중하다고 인식한 것이다.
경제 충격과 금융시장 혼란이 이어질 경우 긴급 유동성 확대책 등 추가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은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금리인하 조치 외에도 채권을 대거 사들이고 대출을 늘려 28조원에 달하는 돈을 푼 바 있다.
◇실물경제·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수출·내수 모두 붕괴 위기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고 상당 기간 지속하면서 실물경제와 금융 부문에 복합적인 충격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제가 'V'자 회복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와 공급망 중단, 교역 제한 등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기업 규모와 업종, 수출, 내수를 막론하고 자금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는 기업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 140개국이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고, 중국인 등의 한국방문도 줄면서 항공과 여행, 관광숙박업체가 빈사 상태에 빠졌다. 국내 수출을 견인하고 있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기·전자 분야와 자동차, 정유·화학, 전기차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성윤모 산업통상부 장관도 이날 국책연구원장들과의 긴급 간담회에서 "수출은 2월 플러스 전환에도 글로벌 수요 둔화로 낙관하기 힘든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유가 하락도 우리 경제와 수출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에서 시작된 자금 경색이 차츰 중소협력업체, 대기업 쪽으로 도미노처럼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과거 IMF나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에는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 문제였지만, 지금은 전세계 각국에서 실물경제 위축으로 나타나는 수요 감소 현상이 주요인이다.
산업연구원(KIET)은 수출 감소와 생산 부진 등이 불가피하다며 기업의 경영 애로와 수익 악화에 대응하는 정책 지원과 함께 V자형 회복을 목표로 적극적인 내수 진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코로나 추경 신속 집행…정책 수단 총동원해야
국책연구원장들은 현 상황의 엄중함을 공감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특단의 대책으로 실물경제 피해 확산세를 먼저 꺾어야 한다"면서 "과감한 재정·통화정책의 쌍끌이 부양으로 경제 위기 극복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코로나19으로 인한 세계 경제 충격으로 U자 또는 L자형 장기 침체가 우려된다며, 추후 상황에 따라 4단계, 5단계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위기에 준하는 엄중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시장안정 조치를 필요 시 신속히 시행하겠다"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복합위기 상황까지 가정해 금융시스템과 외환 부문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정책수단을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16일부터 6개월간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하고 자사주 매입 한도를 완화하는 긴급 조치를 발표했다. 또 1단계 경기대책으로 피해업종과 분야별 긴급지원 4조원, 2단계 경기 종합 패키지 대책 16조원, 3단계 추경 11조7000억원 등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국회 처리를 앞둔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경제피해 극복 패키지 32조원을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집행할 경우 성장률이 0.154~0.166%p 올라갈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에는 0.210~0.219%p 상승할 것으로 봤다. 다만 예비비 등 세출예산이 연내 100% 집행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감세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반영됐다.
추경 예산안이 2분기 안에 100% 집행될 경우 0.166%p 성장률이 올라가지만, 2분기와 3분기 각각 50%를 집행할 경우 성장률 제고 효과가 0.154%p에 그칠 거라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 상황이 금융 부문 시스템 위험으로 증폭될 가능성이 아직은 높지 않으나 글로벌 공급망 충격은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의 도산 방지를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동시에 취약계층 소득 지원, 신산업 친화적인 조세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코로나19는 경제활동을 전방위적으로 위축시키는 점에서 과거 위기 사례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진단하면서 주요 20개국(G20)을 활용한 국제 정책 공조, 투명하고 적극적인 정책소통 등을 통해 국내외적인 불안 요인 해소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