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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맨들도 살고 싶다”…노조, 새벽배송 중단·처우개선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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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입력 2020-03-1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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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물량, 작년 8월보다 22% 증가”

  • “친노동적인 배송환경 즉각 마련해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공운수노조 회의실에서 쿠팡의 무한경쟁 시스템, 죽음의 배송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조재형 기자]

“김범석 쿠팡 대표는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늘 강조한다. 쿠팡맨들도 살고 싶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 물량이 급증한 가운데 40대 쿠팡 택배기사가 사망한 사건을 두고 노조가 쿠팡노조가 회사측에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가 드러낸 쿠팡의 무한경쟁은 이제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지부는 “2년 만에 1인당 배송물량이 3.7배가 늘었는데 이게 문제가 없다면 누가 믿겠느냐”며 “쿠팡의 올해 3월 물량은 무더위로 인해 배송이 많았던 지난해 8월 대비 22%나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쿠팡맨 1인당 배송 물량이 2015년 56.6개에서 2017년 210.4개로 3.7배가 늘어났다는 게 지부 측의 주장이다.

지부는 “새벽배송의 쉴틈 없는 철야노동은 고객의 만족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됐다”며 “더 나은 로직, 인공지능의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이 세련된 풍경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늘어난 물량과 배송을 데이터로만 표현하는 그곳에는 사람이 없다”며 “더 이상 누군가의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자본의 탐욕 앞에 무한질주와 비인간적 노동에 내몰리는 쿠팡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부는 “배송 산업이 날로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산업의 주역인 배송 노동자의 처우는 후퇴했다”며 “쿠팡에는 고객을 위한 새벽배송 서비스는 있어도 배송하는 쿠팡맨을 위한 휴식과 안전은 없다”고 주장했다.

지부는 쿠팡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정규직 고용 원칙 ▲새벽배송 중단과 노동자 휴식권 보장 ▲가구 수와 물량뿐 아니라 배송지 환경 등을 고려한 친 노동적인 배송환경 마련 ▲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교섭의 성실한 이행 등을 요구했다.

이날 현장 발언에 나선 비정규직 쿠팡맨인 조찬호 지부 조직부장은 “쿠팡맨들은 쿠팡이 유니콘에서 데카콘 기업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내몰리며 희생만 강요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부장은 이어 “회사는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한다고 언론에 대응하고 있지만, 법으로 보장된 휴식시간도 사용 못하고 있고 밥 한끼도 제대로 못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김범석 대표는 늘 ‘쿠팡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강조한다. 쿠팡맨들도 살고 싶다”며 “쿠팡맨이 살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최근 쿠팡이 미국 기술·경제 전문매체 패스트컴퍼니가 꼽은 ‘2020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2위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고객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말하는 순간까지 앞으로도 고객의 삶을 획기적으로 편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 혁신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새벽 쿠팡 소속 40대 비정규직 배송 노동자 김모씨가 경기 안산의 한 빌라 건물 4층과 5층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쿠팡에 입사한 김씨는 최근 현장 업무에 투입돼 배송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

이에 쿠팡 측은 “해당 쿠팡맨은 입사 이후 트레이닝을 받는 중이어서 일반 쿠팡맨의 50% 정도 물량을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물량을 쿠팡플렉스를 3배가량 증원해 해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쿠팡플렉스는 일반인이 배송 일을 신청해 자신의 차량으로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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