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의 속사정] 효성(下) 차남 조현문, ‘재벌가 이단아’…분란만 일으키고 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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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0-03-19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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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효성중공업서 사의…형 조현준 사장 등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고발

  • '형제의 난'으로 오너일가 생채기 깊어...해외로 이주해 행방 묘연

둘째 아들이 아버지와 형을 검찰에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당연히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일이 실제로 국내 재벌가에서 벌어졌다. 다름 아닌 효성그룹 오너 일가 이야기다.

사건은 2013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현문 당시 효성 중공업PG 사장은 돌연 사표를 낸다. 오너 일가의 둘째 아들로서 착실히 경영수업을 하며 계열사 수장까지 오른 그의 돌발 행동에 재계의 시선이 쏠렸다.

조 전 사장의 사표는 그간 효성 오너 일가에 2년 넘게 곪아있던 상처가 터진 것이었다. 2011년 9월 조 전 사장은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과 형 조현준 현 효성 회장 등의 회삿돈 유용 혐의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룹 내부감사까지 추진했지만 아버지는 형을 감싸고 돌았고 결국 조 전 사장은 폭발, 효성 오너 일가의 비리를 세상에 알리는 ‘내부고발자’ 역할을 자처한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기업 비리를 파헤친 정의의 수호자였을까.
 

조석래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조현준 회장의 동생,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PG 사장 [사진=효성 제공]


2014년 7월부터 그가 사실상 형을 겨냥해 검찰에 고발한 사건만 6건, 계열사 대표까지 포함해 제기한 범죄 혐의만 50개가 넘었다. 재계는 그가 2년 여에 걸쳐 치밀하게 효성의 내부 비리 폭로를 준비했다고 본다. 

조현문 전 사장은 경영수업 전에는 서울대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를 취득, 미국 뉴욕주에서 국제변호사로 일했다. 법조 지식에 해박할 법 하지만, 어쩐지 그가 제기한 고발 건에 비해 실제 검찰의 기소 건수는 4건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실제 재판에서 사실관계를 다투고 있는 건은 1~2건에 불과하다. 

기이한 것은 이뿐 만이 아니다. 사표를 낸 뒤 효성의 지분을 거의 모두 팔아 사실상 그룹과 결별한다. 2013년 3월 효성 주식 240만주를 7% 할인된 가격에 시간외 대량거래 방식으로 팔았고, 이듬해 1월에는 자신과 아들 조재현이 보유한 효성 잔여 주식 총 13만939주를 전량 장내 매도해 제3자에 넘겼다.

이후 법무법인 현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다, 2015년부터 효성의 계열사 동륭실업 대표로 취임했지만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듬해 이마저도 관두고 해외로 떠났다. 미국 로펌에서 법률자문을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것도 현재로선 확실치 않다.

이른바 '효성가 형제의 난' 과정에서 조현문 전 사장의 홍보 자문을 했다고 알려진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 전 대표는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과 함께 대우조선해양 배임증재·수재 사건으로 유명해진 인물. 2017년 해당 사건 재판 과정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조현준 사장이 출석하면서 박 전 대표와 조현문 전 사장의 관계가 공식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은 박 전 대표가 동생인 조 전 사장과 짜고 자신을 협박, 돈을 뜯어내려고 했다고 폭로했다. 검찰 또한 두 사람이 조 회장을 협박하려고 미리 짜놓은 전략 문건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조 회장은 박 전 대표가 동생을 돕는 대가로 최대 100억원의 성공 보수를 받기로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조 회장은 “조 전 사장이 박 전 대표와 함께 불법비리를 빌미로 주식을 고가에 매입하도록 하는 등 부당 이익을 취하려 했지만 응하지 않은 것이냐”란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가족 분쟁을 조장해 이익을 취하는 것은 인간적으로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조 회장은 공갈미수 혐의로 조 전 부사장을 고소했으나 그는 해외로 나간 뒤 검찰 조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표현된 조현문 전 사장의 효성 오너일가 비리 폭로로 효성그룹에 깊은 생채기가 난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로 인해 조 전 사장이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배제됐지만, 그가 '재벌가의 이단아'였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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