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은 향후 1년간 최대 4조5000억엔(약 51조79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자산 매각을 통해 조성한 자금으로 최대 2조엔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남은 자금으로는 부채를 줄일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는 보유 중인 중국 기업 알리바바 주식 140억달러(1조5490억엔·17조5000억원)상당을 매각할 계획이다. 이는 소프트뱅크 보유 지분의 25.2%의 11.5%에 이르는 규모로, 23일 종가기준 전체 시가총액의 2.9% 비중이다.
알리바바 주식 매각 소식에 24일 일본 도쿄증시의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는 18.95%나 상승 마감했다. 장중 한때는 21% 올라 상장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의 주식을 매각하기로 한 배경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요 투자처의 수익성이 하락할 우려가 커져서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우버, 앤비디아, 사이버리즌, 위워크 등 전세계 기업에 투자 중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최악의 하루를 보낸 뉴욕증시에서 우버의 주가는 22% 대폭 떨어졌다. 여기에 앞서 위워크의 기업공개(IPO) 실패에 따른 손실과 코로나19 사태로 또 다른 투자처들의 IPO가 미뤄지고 있는 점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1400억달러(약 174조8600억원)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는 소프트뱅크에 보유 주식가치 하락과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 점은 악재일 수밖에 없다.
소프트뱅크의 19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대비 17% 하락한 2687엔을 기록했다. 2016년 7월 이후 4년 만의 최저치로 장중 한때는 20%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결국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 주식으로 마련한 현금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 외에도 다수의 상장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인수자 입장에서 향후 성장성이 높은 알리바바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현실성 높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리바바에는 엎진 데 덮친 격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 활동이 위축된 가운데 알리바바 수익성도 악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올해 알리바바의 순익 증가율 전망치 3%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알리바바는 전일 종가대비 3.5% 내린 170.14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주주 지분 매각과 중장기적 기업 성장은 별개의 이슈라는 의견이 나온다.
황선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소프트뱅크는 2016년 6월 처음 알리바바 투자지분 32.2% 중 4%를 79억원에 매각하기로 발표했지만, 해당 이슈에도 향후 4개월 동안 알리바바의 주가는 28% 상승했다”며 “코로나19에 이은 대주주 지분 매각 이슈는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주요 사업부는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최근 알리바바는 중국 전자상거래에서 첨단기술 선두 기업으로 변신을 완료한 상태”라며 “중국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아시아 1등 플랫폼의 가치는 불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소프트뱅크의 자사주 매입은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자사주 매입을 통한 소프트뱅크 주식가치 제고를 요구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엘리엇은 소프트뱅크에 25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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