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코로나 이후 경제와 교육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동열 글로벌강소기업지원센터 대표
입력 2020-04-07 07:4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김동열]



코로나19와의 전쟁이 길어지고 있다. 올해 초 중국에서 시작된 불길이 이제는 유럽과 미국으로 번졌고 모든 나라가 초비상이다. 6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211개국에서 120만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걸렸고, 그중 5.4%에 해당하는 6만5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 숫자(200명), 치사율(1.8%), 완치율(63%) 등의 지표를 볼 때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 스마트폰과 정보통신 인프라를 활용한 확진자 관리, 투명하고 빠른 정보공유, 든든한 보건의료 시스템, 헌신적인 의료진과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 발 빠르게 진단시약을 개발한 회사들에 대한 서방 언론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제는 과거처럼 이번에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 단계 점프할 수 있을까?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두 번의 큰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았던 것처럼 말이다. 2020년의 위기는 과거와 달리 국내외 경제가 동시에 하락하고 있으며, 특정 부위가 아닌 전신마비와 같은 증세라는 점에서 파장이 훨씬 더 클 전망이다. 그만큼 더 큰 고통 속에서 더 크게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력산업 내부의 곪은 상처를 도려내고, 벤처기업 중심으로 새 피를 돌게 하는 일이 급하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사물인터넷, 스마트 공장,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내실화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은 항상 중요하다. 보건의료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는 꽉 붙잡아야 한다.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우리 사회의 강점과 약점, 자랑스러운 부분과 치부, 용감한 영웅들과 배신자들이 동시에 드러나게 된다. 예를 들면, 마스크 사재기를 하고 마스크로 사기를 치는 부끄러운 인간 군상들이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게다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수습하기보다는 증폭시켜 왔던 국회의원 선거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와 있어서 걱정이다. 또한 우리나라 교육부문의 경쟁력도 바닥이 드러났다. 사교육이 번성하도록 방치해둔 우리 교육의 과거도 실망스러웠지만, 최근 각급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면서 온라인 수업의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는 게 확인되었다. 10여년 전부터 널리 확산되고 있는 오픈형 온라인 학습과정(MOOC·무크)에 대응하여 우리 정부가 추진했던 K-무크 사업은 작금의 위기 상황에서 존재감이 없다.

반면, 코로나와의 엄혹한 전쟁 속에서도 속으로 웃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코로나와 관련된 진단시약이나 치료약, 백신 등을 공급하거나 개발하는 기업들 그리고 비대면 교육이나 소비, 거래를 지원하는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아마존, 구글, 넷플릭스 등 인터넷 관련 기업들이 그렇다. 코로나 이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실시간 온라인 교육 및 화상 전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줌(Zoom)' 같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코로나 이후에도 살아남는 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기업, 품질이 우수하고 가성비가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많이 하는 기업, 한 우물을 좁고 깊게 파는 기업이다. 그런 기업들은 옛날이나 지금은 물론 다가올 미래에도 역시 우리 경제를 선도하고 있을 것이다.

아울러, 온라인 수업을 중심으로 하는 미네르바 스쿨의 인기는 더 높아질 것이다. 201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식 4년제 대학으로 출범한 미네르바 스쿨은 캠퍼스가 없는 온라인 대학이며, 합격률이 2%에 불과하여 하버드(5%)나 MIT(8%) 같은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보다 더 입학하기가 어렵다. 독일·영국·인도·한국·대만·아르헨티나 등 6개국 현장에서 이슈를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문제해결 역량을 갖춘 청년 기업인들을 키워내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질과 다양한 현장 경험을 감안한다면, 기숙사 비용과 교통비를 합친 연간 3만 달러의 학비가 아깝지 않다. 우리의 대학교육 서비스보다 몇 발짝 더 앞서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리 교육의 미래가 암울해 보인다. 그럴수록 학부모들의 호주머니에서 피 같은 사교육비가 새어나갈 것이다. 먼지 쌓인 대학 졸업장은 더 많아질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