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쓰러진다...'4월 위기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의 3월 대기업 대출 규모는 전월 대비 7조9780억원 증가한 71조338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이다. 조달비용이 싼 회사채로 자금을 마련해왔던 대기업 상당수가 은행 대출에 의존해야할 만큼 위기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코로나 여파로 자금 경색이 시작되면서 중소·중견기업이나 자영업자·소상공인뿐 아니라 대기업들까지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정책도 중소기업 우선 지원에 집중돼 있어 '대기업 위기설'을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과 업종 포화 상태로 경쟁력이 저하된 항공업계는 조만간 쓰러지는 기업이 나올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항공뿐만 아니라 조선, 정유, 철강 등 기간 산업 중에서도 기초체력이 약해진 기업은 도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지난 2일 "대기업은 내부 유보금, 가용자산 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자구노력을 먼저 이행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대기업 위기설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신규사업에 뛰어들었던 10대그룹의 사내유보금은 654조1290억원으로, 전년 동기 643조1021억원에서 1.21% 증가했다. 하지만 사내유보금은 기업 설립 이래 누적된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으로 상당액이 투자 등으로 이미 지출된 상황. 기업들 현금 보유량과는 크게 차이가 있는 만큼 당장 돈줄이 막힌 대기업의 유동성과는 연관이 크지 않다.
◆돈맥경화 해소하고 위기를 기회로..."버티는 경쟁력 키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능가하는 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을 최대한 확보해 장기화에 돌입하고 있다.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보험이기 때문이다. 악조건 속에서도 '버티는 경쟁력'을 키워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살아남은 기업 사례를 비상경영에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애플은 2008년 4분기 금융위기 본격화 속에서도 256억 달러의 현금을 확보해 아이패드 등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도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보험이자 도약을 준비하는 발판"이라며 "투자금을 구하기 힘들어지는 경제 상황이 오면 현금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힘들더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는 포기하지 말자"며 "당장의 어려움으로 미래를 담보잡기 시작할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부에서는 과거의 사례를 거울삼아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앞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부친인 정몽구 회장이 금융위기 파고를 넘었던 사례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 인력 감축이나 감산이 아닌 품질 향상, 마케팅 확대, 증산으로 역발상 전략을 실천해 코로나 사태 이후 수요 회복에 대응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역시 부친인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역발상 전략을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활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노선 운휴와 감편으로 쉬는 여객기가 늘어나자 이를 화물기로 활용해 운항 중이다. 주기료 등 비용 절감뿐 아니라 국내 수출입 기업에 물자를 공급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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