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전 세계는 벌써 걱정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과연 회복될 것인지 또는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world order)가 지속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완전히 분리(decouple)될 것이라는 관망도 팽배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국가와 정부의 대응 방식이 국수주의를 넘어서 이기적이며 폐쇄적 색채가 만연하면서 이러한 우려는 증폭된다.
3월 20일자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는 12명의 석학이 향후 세계를 전망하는 특집기사가 실렸다. 헤드라인은 “코로나 전염병이 세계를 영원히 바꿔 놓을 것이다”였다. 4월 3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헨리 키신저 박사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그의 기고 제목도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이 세계질서를 바꿔놓을 것이다”라는 거였다.
왜 이처럼 세계는 코로나 사태 이후의 세상을 심각하게 걱정하는 것일까. 이유는 전염병 사태가 전세계의 국가생존전략의 재고를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이 사태가 내포하는 전략적 함의가 이미 인류의 건강과 안위를 우려하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국가가 국가재건과 경제회복의 이름으로 국수주의와 고립주의로 회귀할 것이 자명하다는 논리가 이들 석학의 기본 인식이다.
이들은 중국의 독재체제와 권력남용 그리고 민족주의를 통한 국내외의 갈등 문제 해결 방식을 문제시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중국의 발원지 책임을 규명하려는 반면 중국은 미국의 음모론으로 대처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은 작년 가을 우한에서 개최된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미국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뿌렸다며 미국에 책임전가를 이미 진행 중이다. 사태가 진정된 후 미·중의 책임 공방전으로 양국관계의 분리(decoupling)는 자명한 결과일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또 코로나 사태로 이미 세계경제의 글로벌 생산 및 공급의 사슬이 끊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해외공급원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자국의 경제와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는다. 따라서 국내로의 제조업과 산업의 회귀를 국내경제의 부양을 위한 불가피한 전략 선택으로 본다. 더욱이 물품공급 부족으로 세계화와 상호의존의 취약점이 이번 사태로 적나라하게 노출되면서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탠다.
12명의 석학 중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는 세계가 ‘격하게 환영한 세계화(hyperglobalization)’에서 후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제 인류가 미래의 불확실성 불안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국가와 정부의 더 적극적인 보호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 결과 세계의 개방과 번영, 그리고 자유로움의 수준이 크게 위축될 것이 자명하다고 비관했다. 로빈 니블렛 채텀하우스 소장은 이번 사태가 경제의 세계화 종결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본다. 이제 국가는 경제의 자발적 고립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더 이상 세계경제의 통합에서 취할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을 보호할 인센티브가 없다는 논리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면서 20세기에 구축된 세계경제의 거버넌스 구조의 기반도 심각하게 위축될 것으로 판단했다.
키쇼르 막부버니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세계화의 축의 이동을 우려했다. 그는 세계화의 중심이 이미 미국에서 중국으로 가속화되는 결과를 이번 사태로 목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이유로 그는 미국인들이 세계화와 국제무역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한 결과로 설명했다. 미국이 중심세력으로 복귀를 원하면 결국 중국과의 정치적, 경제적 ‘제로섬 게임’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현실은 미국이 자신의 안위와 회복을 위해서라도 중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낙관적인 여운을 남겼다.
코리 샤케 영국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사태로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고 한다. 글로벌 차원의 대처과정에서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실종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니콜라스 번즈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뿐 아니라 EU 정부마저도 지역 차원에서 리더십을 실종했다고 부연했다. 지역이나 개별 국가 차원에서 EU에 대한 신뢰가 상실된 계기였다. EU의 5억 인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유럽의 지역통합개념이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한다.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교수는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붕괴에 따라 민족주의의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견했다. 이 과정에서 대국 간의 라이벌 의식과 전략적 분리(strategic decoupling)가 불가피하게 동반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상호의존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새로운 개방체계의 구축을 모색한들 초기 단계에서 국가 간의 민족주의적 대응이 불가피해 갈등의 발생 역시 필연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민주주의가 회복되면 실용적이고 보호적인 국제주의가 대동될 것이라는 희망어린 예측을 내놓았다.
섀넌 오닐 외교협회 박사는 많은 기업들이 해외공급원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정부가 자국 내에 대체 방안을 촉구하면서 공급의 안정이 상승하는 대신 이윤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다른 대국이 앞으로 권력을 어떻게 공유하는가가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존 앨런 브루킹스연구원장은 세계경제의 생산능력이 대거 후퇴된 사실을 상기시켰다. 또한 선진국의 생산기지 본국 귀환으로 개발도상국과 발전중국가의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세계의 갈등과 불안 요인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로리 게렛 전 외교협회 위원은 이런 맥락에서 글로벌 공급과 분배 체인의 약점이 노출되었음을 경고했다. 리처드 하스 외교협회장은 이번 사태로 대부분의 정부가 내향적으로 변하면서 국내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국가들의 요구가 국수적인 경향을 보일 것으로 강조했다. 이런 대내적인 요구를 자급자족의 능력 강화, 대규모 이민자 수용 반대와 국제문제에 대한 고립주의 등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국가자원의 대외적 활용을 자제하고 국내에 집중하자는 요구가 강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전례에 없는 규모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정부가 특히 양분화된 국가사회에서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적 단결을 위해서 공공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 또한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공공의 신뢰가 다양한 사회 일원 간에, 국제 평화와 안정을 위해 존속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국가적 단결과 번영은 재앙을 예측하고 여파를 통제하고 안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신념에 기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미국을 포함한 어떠한 나라도 단독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국제 공조의 비전과 방안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최악의 상태를 피하자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그러나 이들의 비관론에는 몇 가지 맹점이 있다. 첫째, 사태 이후의 선순환적 회복 가능성을 간과한다. 코로나 사태의 초기 발생국의 조기 회복으로 이들의 경제재건이 우선 시작될 것이다. 이는 세계 생산체인의 복원은 물론 세계경제 회복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둘째, 중국이 우선 회복할 경우 미·중 간의 전략적 고리의 단절보다 연결의 촉매가 될 것이다. 물론 미국의 대선으로 ‘중국 때리기’의 정치적 공방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경제회복을 위한 미·중의 공조는 불가피하다. 셋째, 인류는 세계적 재난과 재해를 겪으면서 회복기간을 단축해왔다. 금융위기나 다른 전염병 사태마다 세계 운명에 대한 비관론은 동반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상의 급속한 회복이었다. 마지막으로 국제협력과 공조의 가치가 다시 재평가받고 인정받을 것이다. 그러면서 규범과 제도의 개선과 강화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기반이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코로나 사태의 조기 탈출이 눈앞에 온 우리나라로서 이런 맥락에서 실용외교를 펼치며 세계경제의 회복과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공고화에 기여하는 전략 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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