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멕시코 등 돌발 변수에 널뛰는 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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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최지현 기자
입력 2020-04-1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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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만 배럴 이상 감산 못해" 감산 합의서 사우디와 대립

  • 외신"멕시코 월가 헤지 믿고 버텨…정치적 이유도 배경"

  • "결국 필요한 건 미국과 캐나다 참여" 장기화 우려도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전 세계 유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원유감산 협상이 진통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앞서 OPEC+(석유수출국기구인 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는 화상회의를 열고 감산 협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사흘이 지나도록 산유국들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첫 번째 돌발 변수는 멕시코였다.

40만 배럴 감산 할당량을 받은 멕시코는 하루 10만 배럴 이상 감산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그야말로 다 된 밥에 재를 뿌렸다.

결국 다급해진 미국이 "대신 감산해주겠다"고 중재 카드를 내밀면서 상황을 마무리하러 나섰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사우디아라비아가 나섰다. 미국의 대리 감산이 아닌 멕시코가 직접 감산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펼친 것이다.

감산을 두고 오가는 거친 핑퐁 속에서 산유국들의 합의 타결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루 1000만 배럴 감산 잠정 합의되는 듯했으나

10일 로이터 등 외신은 이날 주요 20개국(G20) 에너지장관들이 의장국인 사우디 주재로 화상 회의를 진행했지만,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날 G20 에너지장관들은 OPEC+ 화상회의에도 결론을 못 낸 감산 합의를 마무리하기 위해 5시간 넘게 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되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수요 감소 전망치를 놓고 시각차만 드러냈다.

결국 G20 에너지 장관들의 코뮈니케(공식성명)에는 '실질적인 알맹이'인 각국의 감축량은 빠진 채, 유가 안정과 수급 균형을 강조하는 원칙적인 내용만 담겼다.

앞서 9일 'OPEC+'는 화상회의를 열어 하루 1000만 배럴의 감산을 추진했다. 잠정안은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두달간 현재보다 하루 100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고, 7월 1일부터 올해 말까지는 하루 800만 배럴, 내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는 하루 600만 배럴을 단계적으로 감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중 사우디와 러시아가 하루 250만 배럴씩 감산하고 이라크는 100만 배럴, 아랍에미리트(UAE) 70만 배럴, 나이지리아 42만 배럴, 멕시코가 40만 배럴 등을 떠안기로 했다.

그러나 합의 막판에 멕시코가 하루 10만 배럴 감산만 가능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나서면서 합의가 일그러졌다.

셰일 산업 위기 심화로 다급해진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입해 '멕시코 할당량'의 상당 부분을 떠안겠다면서 합의를 재촉했다. OPEC+가 멕시코에 요구한 40만 배럴 가운데 25만~30만 배럴을 "미국이 메워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미국의 긴급 개입으로 합의에 가까워지는 듯한 순간, 다시 사우디가 나섰다. 미국의 대리 감산이 아닌 멕시코 스스로의 감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우디의 깐깐한 입장이 결국 미국의 감산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멕시코 월가 헤지 믿나?···시장 널뛰기 계속 될 듯

막판에 합의를 어그러뜨린 멕시코의 배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외신들은 정치·경제적 이유가 혼합돼 있다고 분석한다. 유가 급락은 산유국 멕시코에도 달가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빚더미에 올라앉은 멕시코 국영석유회사 페멕스(PEMEX)에 더욱 감산을 요구할 수도 없는 게 멕시코 정부의 입장이다.

지난 2018년 12월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페멕스 회생'을 약속하면서 생산량을 오는 2024년까지 25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 때문에 할당된 감산량을 채우는 것은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로이터는 10일 "멕시코 대통령의 국가주의적 시각이 사우디와의 대치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산유국 공통의 이익보다 국내 이슈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멕시코가 이처럼 유가 폭락에도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이유로 장기간 사들인 풋옵션을 꼽았다. 지난 20년 동안 원유와 관련해 '풋옵션'(특정가격에 팔 권리)을 사들였기 때문에 유가의 추락에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아르투로 에레라 멕시코 재무장관은 최근 현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옵션 구매를 두고 "가격이 싸지는 않았지만, 지금과 같은 때를 위한 것이었다. 정부 재정은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20 회담도 원론적인 결론 도출에 그치면서 시장에서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단기간 내에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비OPEC+ 산유국에도 감축량을 분배해 추가 감산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결국 미국과 캐나다도 명확한 감축량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감소로 하루 적어도 1500만 배럴 감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10일 로이터는 "사우디와 러시아 등이 하루 500만 배럴 정도 추가 감산을 원한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산유국은 여전히 정확한 감산 합의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 유가 시장의 불투명성은 여전히 걷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확실한 선언이 나오지 않는 한 시장은 산발적 뉴스에 널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변동성이 커지면서 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9.3% 폭락한 22.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ICE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32.48달러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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