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때아닌 4월 한파...코로나발 구조조정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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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수 기자
입력 2020-04-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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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쇼핑, 3~5년 이내 롯데마트·롭스 매장 200곳 없애

  • 오비맥주 희망퇴직 앞당겨...SPC "적자사업 구조조정"

  • 신성통산·신원 수출인력 정리해고…유니클로도 검토

왼쪽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전경, 서울 시내 유니클로 매장 [아주경제 DB]


[데일리동방]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에서 구조조정이 속속 이루어지고 있다. 회사는 수익성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차원이라고 밝히지만 인력 구조조정 움직임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롯데쇼핑 시작으로 식음료업계로 희망퇴직 확산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를 비롯해 오비맥주·신성통상 등 유통업계 전반에서 사실상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롯데는 롯데쇼핑을 시작으로 점포를 축소하며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롯데쇼핑 영업이익은 427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3% 감소했다. 특히 롯데마트는 지난해 261억6000만원 영업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구조조정과 수익성 개선을 언급하며 대대적 개혁에 나섰다. 앞으로 3~5년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롭스 매장 가운데 매출이 부진한 200여곳을 줄일 방침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9일 상반기 양주·천안아산·신영통점 점포 폐점을 공식화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점포에만 해당하며 인력은 전환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상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롯데마트가 만 55~70세 계약직 실버사원 38명 중 36명에 대한 계약을 연장 없이 종료한 것처럼 계약직과 파견직 인원이 감축될 가능성이 크다.
 
롯데하이마트 또한 지난달 만 50세 이상, 25년 이상 근무자 80여명에게서 희망퇴직 신청서를 받았다. 회사는 정년을 앞둔 희망자에 한해 퇴직을 접수받는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인적 구조조정에 가까운 것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왼쪽부터 신라면세점 제주점 외부 전경, 서울 서초구 SPC그룹, 서울 마포구 신원그룹 [사진=각사 제공]

식음료업계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오비맥주는 맥주시장 점유율 하락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황 악화로 기존 날짜보다 앞당겨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오비맥주는 6일부터 업소용 주류를 생산하는 청주공장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오비맥주 측은 노조와 협의해 매년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어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마지막 희망퇴직은 지난해 11월로 이때 약 20명이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SPC삼립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황종현 대표는 "리스크 관리체계를 도입해 적자사업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SPC그룹 관계자는 "적자사업을 조정하고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살린다는 것으로 인력 감축은 확대 해석"이라면서 "사업만 축소할 수도 있고 인력을 재배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외식업계가 휘청이면서 CJ그룹 외식 계열사 CJ푸드빌은 모든 투자를 전면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과 조직장 월급 일부를 자진 반납한다. 임직원들은 오는 6월까지 최소 1주 이상 무급 휴직에도 나선다.
 
◆수출 끊긴 패션업계 수출부서 정리해고
 
패션업계는 발 빠르게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패션은 수출의존도가 높고 필수재가 아닌 '사치재'에 가까운 특성상 코로나19 확산 악영향을 크게 받은 업계로 꼽힌다. 실제 신성통상·신원은 수출직 인원을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탑텐과 지오지아를 보유한 토종업체 신성통상은 최근 수출사업부 직원 약 22명을 권고사직 처리했다. 부서 전체 직원 가운데 10%가 넘는 인원이다. 해외 파견 중이거나 입사 1년차 직원에게도 일방 통지를 내렸다.

신원도 수출팀 가운데 1개팀을 정리하고, 해당 직원 7명을 정리해고했다.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주문이 끊기고 운영하는 브랜드도 없어져서다.

신원 관계자는 "제작한 제품 원부자재 보상을 받을 수 없고 일감도 끊기는 상황"이라며 "다른 부서로 재배치가 이뤄졌다면 좋았겠지만 내수 침체로 다른 사업부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궁여지책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계 패션업체인 유니클로도 코로나19 이후 구조조정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 배우진 대표는 지난 2일 인사부문장에게 전송하려던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메일을 전 직원에게 실수로 발송해 논란이 됐다.
 
◆수입 절반 날아간 면세·호텔업계 구조조정 불안감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 면세와 호텔업계도 구조조정 칼바람을 맞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총매출액은 1조1026억원으로 전월보다 50% 가까이 급감했다. 4월에는 90%까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여파로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은 매장 운영 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휴점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김포공항점과 김해공항점에 대해 무기한 휴점을 결정했다. 신라면세점 제주점은 4월 한 달간 주말과 공휴일을 포함해 총 10일 동안 문을 닫는다. 김포공항점은 이달 21~30일 영업하지 않는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점 19개 매장 중 5곳 영업을 중단했다. 명동과 강남에 있는 시내면세점 월 1회씩 휴점한다.

SM면세점은 아예 서울 시내면세점을 폐점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도급업체와 계약을 해지해 기존 인력 50%을 줄였다. 

지난달 5800억원 피해를 본 호텔업계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롯데호텔은 3월과 4월 두 달에 걸쳐 일주일 단위로 무급휴가를 실시 중이다. 임원 급여 10% 반납도 결정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월급 70%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유급휴직을 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리해고나 희망퇴직은 기업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대기업은 계약직·비정규직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겠지만 향후 정규직 사원도 희망퇴직을 받는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오프라인 수요가 크게 줄고 선진국 수출길은 여전히 막힐 것"이라고 내다보며 "근본적으로 사업을 재건축해야 미래가 보인다"며 유통업계가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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