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1일 새벽 키움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원유선물 가격이 마이너스가 된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해외선물옵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 거래가 멈추는 전산 오류가 발생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37.63달러를 기록하면서 오류가 발생했다. 전 거래일인 17일 종가 18.27달러보다 305.97%(55.90달러) 폭락한 역사적인 하락장으로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태는 5월물 만기를 하루 앞두고 6월물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발생한 롤오버(Rollover) 현상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에 투자한 키움증권 투자자들은 유가가 떨어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도 마이너스 입력이 되지 않아 5월물을 팔고 6월물을 매수하는 롤오버도 하지 못했다. 여기에 선물가격이 하락하면서 고객 계좌의 평가액이 증거금보다 낮아져 증권사들이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는 마진콜이 발생했고, 결국 강제청산 하는 캐시콜로 이어졌다.
이날 키움증권 HTS 오류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규모는 50계좌에서 약 1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에서도 관련 사고가 발생했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키움증권의 전산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3월에만 4차례의 전산사고가 발생해 올해로 총 5번의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개인투자자가 시장에 대거 유입된 동학개미운동 이후 잦은 오류가 발생하는 것을 두고 키움증권 HTS 시스템이 대규모 트래픽을 감당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폭락했던 올 3월9일(현지시간)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거래용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매수, 매도 주문이 몰리며 밤 11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같은 달 13일에는 국내 증시가 개장과 동시에 5% 넘게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이 몰려 접속 폭주로 거래가 지연되는 장애가 발생했다. 또 27일에는 주문체결 내용이 실시간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30일에는 잔고 표시가 조회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했다.
키움증권을 이용하는 한 개인투자자는 “지난 27일 전산오류 당시 주문 체결이 되지 않은 줄 알고 분할매도를 2, 3회 진행했는데 실제 거래와 달라 손해를 봤다”며 “이에 대한 보상은 누가해주는 것이냐”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투자 카페 등에서 키움증권을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동학개미운동 이후 주문 체결 알림 문자가 너무 늦게 온다”, “최근 키움증권 오류 너무 자주 발생해 불안하다” 등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증권업계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증권사 리서치 센터는 키움증권을 동학개미운동 수혜주, 최선호주로 꼽는 등 브로커리지를 기반으로 수익성이 밝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키움증권은 동학개미운동에 힘입어 지난달 신규계좌만 43만1000개, 일 최대약정 16조7000억원. 전체 주식시장 점유율 최대 23% 초과 달성 등 리테일 부문에서 역대 최고기록을 기록했다. 2분기 실적도 수수료와 이자 수익 등 전통적 비즈니스의 호조에 힘입어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잦은 전산오류 발생으로 키움증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피해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 민원을 제기하거나 혹은 키움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경우 부담은 당초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며 “이번 사고뿐만 아니라 지난달에도 키움증권 HTS에서 일시적인 주식거래 장애가 나타났던 만큼, HTS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번 사고가 키움증권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 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준섭 연구원은 “이번 키움증권의 HTS 오류와 관련해 키움증권의 예상대로 피해 보상이 이뤄지면 이번 사고가 실적에 미칠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