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주주·가족 소유 부동산법인 6754개 전체 세금탈루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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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20-04-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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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월 설립 5779개로 작년의 절반, 개인→법인 거래 아파트 작년의 73%

  • 27개 법인 세무조사 착수…국세청 "세금회피 아니면 설립 이유 거의 없다"

# 지방의 병원장 A씨는 자녀 B씨 명의의 광고 대행·부동산 법인을 설립한 후 이 법인에 매달 병원 광고 대행료 명목으로 수십억원의 허위 광고료를 지급했다. B씨의 법인은 광고 활동이 전무했지만, 전체 매출의 96%가 부모 병원의 광고 수입에서 발생했다. B씨는 사실상 편법으로 증여받은 자금을 이용해 부동산 법인 명의로 20억원대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샀다. A씨는 허위 광고료 지급, 비보험 현금수입금액 누락 등 병원의 탈루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받는다.

# IT 회사를 운영하며 단숨에 수십억원대의 부를 축적한 C씨. 그는 허위 컨설팅비, 외주용역비, 홍보비 명목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 C씨는 본인 명의로 아파트 등을 사면 자금 출처 조사를 받을 때 빼돌린 자금이 발각될 것으로 예상하고 본인이 지분 100%를 가진 법인을 설립해 자금을 이전했다. 이 자금으로 한강변의 40억원대 아파트와 10억원대 외제 차를 샀다. 국세청은 C씨가 대표로 있는 IT 회사도 세금 탈루 혐의를 정밀 검증할 계획이다.

 

지방 병원장이 자녀명의 부동산 법인에 부동산 구매자금을 광고료로 위장하여 지급하고 자녀는 이를 바탕으로 고가 아파트를 매입한 사례.[국세청 제공]

국세청은 고가의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는 1인 주주 부동산 법인 2969개와 가족 부동산 법인 3785개 등 총 6754개 법인에 대해 전수 검증에 착수하고, 세금 탈루 혐의가 발견되면 세무조사에 들어간다고 23일 밝혔다.

최근 부동산 법인 설립이 급증했다. 올해 1~3월 신규 설립된 부동산 법인은 5779건으로, 지난해 전체 건수인 1만2029건의 절반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개인이 법인에 양도한 아파트 거래량은 1만3142건으로 지난해 거래의 73%에 달한다.

부동산 법인을 이용한 일부 거래는 자녀 등에 편법으로 증여를 하거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된다. 조사 대상 6754개 법인이 보유한 주택은 2만1462채로, 평균적으로 3.2채의 주택을 보유 중이다.

국세청은 법인 설립 과정에서 자녀에게 편법적인 증여를 했는지, 고가 아파트 구매의 자금 출처와 자금 형성 과정에서 세금을 납부했는지, 보유 아파트를 매각한 경우 법인세와 주주의 배당소득세를 성실하게 납부했는지를 철저하게 검증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검증 과정에서 고의적 탈루 혐의가 발견된 27개 법인 대표자 등에 대해선 곧바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탈루 혐의가 포착된 유형은 △자녀에게 고가의 아파트를 증여하기 위해 설립한 법인(9건) △다주택자 투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설립한 법인(5건) △자금출처 조사를 받지 않기 위해 설립한 법인(4건) △부동산 판매를 위한 기획부동산 법인(9건) 등이다.

적발된 법인 중엔 2017년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후 양도세 중과를 회피할 목적으로 다수의 가족 명의 법인을 설립해 갭투자 등으로 300억원대 투기를 한 경우도 발각됐다.

세무조사는 부동산 법인 대표와 가족이 대상이며, 부동산 구매에 회사 자금을 편법으로 유용한 경우는 해당 사업체까지 조사한다. 차명계좌를 이용하거나 이면계약서를 작성해 고의로 세금을 포탈한 경우엔 수사기관에도 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고자 부동산 법인을 설립했다면 아파트 양도차익에 대해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등 개인 다주택자의 세 부담과 형평성이 맞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관계부처에 건의할 계획이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부동산 법인을 가장해 투기 규제를 회피하려는 모든 편법 거래와 탈루 행위를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며 "부동산 법인을 설립한다고 해서 세원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엄격하게 관리한다"고 강조했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이 23일 1인 또는 가족 부동산법인 전수 검증과 세무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국세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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