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숨지게 한 '직사살수'는 위헌...헌재, 4년여 만에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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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0-04-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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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11월 시위도중 사망한 고(故) 백남기 농민에 대한 직사살수는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3일 백씨의 가족들이 "시위진압을 명목으로 한 경찰의 직사살수 행위가 생명권을 침해했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위헌):1(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물줄기가 일직선 형태로 백씨에게 도달되도록 살수한 행위는 백씨의 생명권 및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판단의 이유다.

헌법재판소는 시위진압을 위해 물대포를 사용하는 것은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지만 "직사살수는 물줄기가 일직선 형태가 되도록 시위대에 직접 발사하는 것이므로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위헌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직사살수는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히 초래되었고, 다른 방법으로는 그 위험을 제거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백씨의 경우에는 그 정도의 위험이 초래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직사살수 행위 당시 백씨는 살수를 피해 뒤로 물러난 시위대와 떨어져 홀로 경찰 기동버스에 매여있는 밧줄을 잡아당기고 있었다"며 "이 행위 당시 억제할 필요성이 있는 생명·신체의 위해 또는 재산·공공시설의 위험 자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헌재는 "오히려 이 사건 집회 현장에서는 시위대의 가슴 윗부분을 겨냥한 직사살수가 지속으로 이루어져 인명 피해의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으므로 과잉 살수의 중단, 물줄기의 방향 및 수압 변경, 안전 요원의 추가 배치 등을 지시할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백씨는 지난 2015년 11월 14일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가했다 경찰이 쏜 물대포를 머리에 맞고 뒤로 스러졌다. 경찰은 백씨가 넘어진 뒤에도 백씨를 구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20초 정도 살수를 계속했다.

이 사건으로 백씨는 심각한 뇌손상을 입고 약 10개월 동안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다 지난 2016년 9월 25일 사망했다.

백씨 측은 사망 전인 2016년 5월 후견인과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민사소송과 함께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소원 과정에서 당시 박근혜 정부와 경찰은 백씨가 이미 숨졌고, 직사살수 행위는 시위진압 당시에만 있었던 것이라는 점을 들어 '침해의 현재성'이 없기 때문에 본안 판단 없이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직사살수 행위는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고, 헌법재판소는 직사살수 행위가 헌법에 합치하는지 여부에 대한 해명을 한 바 없으므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고 인정, 이날 위헌결정을 내렸다. 

해당 사건은 침해가 종료됐더라도 유사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그로 인해 기본권 침해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침해의 현재성'이 없더라도 본안판단을 할 수 있다는 과거 판례에 따른 것이다. 

한편 헌재는 물대포 사용 규정이 들어있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대해서는 '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는 '경찰장비의 사용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시위진압용 살수 요령과 사용요건 등이 명시돼 있다. 

앞서 지난 해 11월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8부(심재남 부장판사)는 백씨의 사인을 병사로 기재한 백선하 서울대 병원 교수에 대해 유가족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백 교수와 병원이 총 4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백 교수의 주의 의무 위반으로 인해 유족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이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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