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권위주의 시절에는 ‘민주화’라는 구호도 자극적인 말에 얹혀야 효과가 컸다. 대통령을 향해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은 사람이 용기 있는 민주투사로 대접받기도 했다. 정치권의 막말에는 이런 시대적, 사회적 배경도 있지만 요즘엔 튀고 싶은 욕심, 제 노여움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 인격적 미성숙, 한 번 뱉은 말의 후과(後果)를 생각하지 못하는 어리석음 탓이 커 보인다. 사흘이면 초파일, 부처님은 열반의 경지에 이르는데 장애가 되는 3독(毒)으로 탐욕(貪欲), 진에(瞋恚‧노여움), 우치(愚癡‧어리석음)를 들었다. 막말은 탐진치(貪瞋癡)의 종합세트처럼 보인다. 징벌적 처벌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상충돼 쉽지 않다. 막말도 혐오발언(hate speech)처럼 명예훼손, 모욕, 허위사실 유포 혐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결국 유권자가 표(票)로 몰아내는 수밖에 없다. (이재호 초빙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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