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9월 최종현 선대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38세의 젊은 나이에 회장직에 오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던진 화두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가 휘청이는 현재 그 울림이 재계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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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주요 인수합병(M&A) 성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작년 6월 25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9 확대경영회의’에서 클로징 스피치를 하고 있는 모습. [아주경제 그래픽팀]
◆위기 때마다 절치부심...그룹 전반 ‘체질 개선’ 기회로
‘딥 체인지’ 화두를 던진 최 회장은 취임 이후 무엇보다 그룹 전반의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2002년 이른바 ‘따로 또 같이’ 경영을 선언하고 그룹 지배구조의 대변화에 착수한 게 대표적인 예다. 각 계열사와 그룹의 관계가 지배와 종속이 아닌 SK라는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형태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이 와중에 SK그룹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만한 위기가 닥친다. 2003년 역대 3위 규모의 분식회계 사건인 SK글로벌 사태와 2005년 소버린 사태가 잇달아 터진 것. 시련 속에서도 최 회장은 SK그룹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을 통한 지배∙재무∙사업구조 모두 업그레이드해 선진형 기업으로 변모시킨다.
특히 2007년 4월 SK㈜를 설립,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자회사들의 독립경영으로 경영 효율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꾀했다. 당시 최 회장은 “시장과 정책의 기대에 부응하고 보다 선진화 된 지배구조를 갖춰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영어의 몸일 당시에도 SK는 고유한 경영시스템을 갖춰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3년 공식출범한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는 산하에 총 7개 위원회를 두고 있다. 7개 위원회는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이 위원장을 맡으며 이 체제에서 각 관계사는 자율적으로 경영행위를 판단하고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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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6일, 경기도 이천시 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출범식'에서 최태원 SK 회장과 내빈들이 SK하이닉스의 본격 출범을 알리고 있다. [사진=SK 제공]
◆최태원, ‘야성적 충동’으로 SK하이닉스 인수...글로벌 기업으로 ‘퀀텀 점프’
그룹 지배구조를 다진 최 회장은 SK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행보에 본격 나선다. SK㈜는 2004년 중국 베이징에 SK중국투자유한공사를 설립, 2010년 SK차이나 법인이 공식출범했다. 2013년에는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시노펙과 합작해 ‘SK중한석화’를 설립했다. SK중한석화는 가동 첫해부터 흑자를 냈고 가장 성공한 한∙중 합작기업 대표 사례로 꼽힌다.
특히 2012년은 SK가 글로벌 기업으로 ‘퀀텀 점프’하게 된 기념비적인 해다. 그해 3월 하이닉스 인수를 마무리, ‘SK하이닉스’가 공식출범한다. 선대회장이 1980년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 인수와 1994년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을 인수하면서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이란 그룹 양대축에 반도체라는 제3의 성장축이 마련된 것이다.
하이닉스 인수는 최 회장의 최대 경영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당시 하이닉스 인수를 두고 그룹 내부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팽배했다. 하이닉스는 2011년 4분기 1675억원 적자를 낸 반도체 2위 사업자였다. 게다가 반도체 글로벌 시장은 가격하락이 이어져 경쟁사들도 투자를 줄일 때였고, SK도 전혀 새로운 사업에 메가톤급 투자를 할 여력이 부족했다.
그러나 당시 최 회장은 “나의 애니멀 스피릿(Animal Spirit : 야성적 충동)을 믿어달라”면서 “회사 발전을 위해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득했다. 사실 그는 하이닉스 인수를 대비해 직접 반도체 스터디 모임까지 만들며 2년여간 반도체 산업 진출을 모색해왔다.
결국 최 회장 특유의 뚝심으로 인수한 SK하이닉스는 1년여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가 말한 ‘야성적 충동’은 오랜 기간 준비한 치밀함과 미래가치를 알아본 혜안, 적기에 승부수를 던진 결단이 총집합 된 산물이었던 것.
최 회장은 2018년 또 한번 딥 체인지에 나선다. 4조원을 투입해 일본 도시바메모리 지분을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을 배가시킨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4월 현재 60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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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윗줄 가운데)이 지난달 27일 화상간담회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SK 제공]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기업의 사회적 역할’ 앞장
“지금까지는 돈을 버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로 평가와 보상을 했다면, 앞으로는 구성원 전체의 행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기준으로 삼겠다.”
최 회장은 작년 6월 경기 이천 SKMS(SK Management System)연구소에서 열린 ‘2019 확대경영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업의 경제적 이윤 추구보다 사회적 가치(SV : Social Value) 창출, 더 나아가 구성원의 행복을 중시하는 최 회장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제로 SK는 최근 수년간 SV 창출을 신경영전략으로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의 위기 속에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당부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SK바이오사이언스 구성원들과 화상 간담회에선 백신 개발에 힘쓰고 있는 구성원들을 격려하는 한편 사회적 역할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어떻게 가속화할지, 신규 사업은 어떻게 발굴할지, 투자 전략은 어떻게 재검토할지 현장에서 느끼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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