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국제유가 하락과 고교 무상교육 실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가 처음으로 0%대로 떨어졌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20년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5(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1%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0월(0.0%)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개월 연속 1%를 밑돌다가 올해 1~3월에는 1%대로 올라섰지만 4월에 다시 0%대로 떨어졌다.

[자료=통계청 제공]
또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출 자제 등으로 여행·숙박·외식 등 개인서비스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공업제품(석유류 제외) 가격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의류 할인 등으로 오름세가 둔화했다.
지난해 9월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된 고교 무상 교육(납입금·교과서 등)이 올해 4월부터 2~3학년 대상으로 확대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고교납입금은 단일품목으로 4월 소비자물가를 0.3%포인트 끌어내리는 효과를 냈다.
◆코로나19로 집밥 늘고 외식 줄어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 가격은 0.7% 하락했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로 승용차 가격이 차종별로 1∼3% 내린 것이 영향을 줬다.
공공서비스는 1.6% 하락해 전체 물가 상승률을 0.23%포인트 끌어내렸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인서비스 물가는 1.0%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가 가격 상승 요인이 많은 연초임에도 1년 전보다 0.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년동월대비 외식 물가는 올해 1월부터 4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외식 물가가 장기간 0%대 상승에 그친 것은 2012년 5월∼2013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이후 여행 관련 서비스 물가 하락도 지속하는 모습이다. 승용차 임차료(-16.0%), 호텔 숙박비(-6.8%) 등이 큰 폭으로 내렸다.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주춤한 가운데 공공서비스 가격까지 하락하며 전체 서비스 가격은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기·수도·가스 가격은 1.4% 올랐고 집세는 보합세를 보였다.
◆계절·일시충격 제외한 '근원물가' 20년 7개월 만에 최저
지출 목적별로 봤을 때 오락 및 문화 물가가 2.5% 내려 2007년 5월(-2.7%)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교육 물가 하락률은 2.4%로, 1986년 집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물가를 파악할 수 있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3% 상승했다.

4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농산물 코너 [사진=연합뉴스]
근원물가 상승률은 0%대 초반으로 떨어지며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0.3%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가 미치던 1999년 9월(0.3%) 이후 20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0.1% 올랐다. 1999년 12월(0.1%) 이후 20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주요국 물가 둔화 국면..."한국 정책 요인으로 더 하락"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자물가 하락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국에서도 공통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락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서비스물가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자료를 내고 "식료품 등 일부 상품가격의 경우 공급망 차질, 생필품 사재기 등으로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물가 상승률 둔화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국의 품목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자료=한국은행 제공]
통계청은 최근 정부의 생활 방역 전환과 국제 유가 하락 등이 소비자 물가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공급망 봉쇄와 붕괴, 각 나라의 경기 부양과 유동성 공급, 생활 방역 등이 물가 상승 요인"이라며 "국제 유가 하락이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점은 물가가 더 하락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아직 예측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안 심의관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여러 불확실성이 있는 상태라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