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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로 7년 만에 장기 침체에 빠진 외식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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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05-0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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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식 줄고 국제유가 하락에 휘발유값 내려…고교 무상교육도 영향

  • 통계청 "디플레이션 우려 판단할 때 아냐....영향 복합적으로 작용"

외식물가 상승률이 0%대에 갇혔다. 2013년 2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만남과 외출을 자제한 결과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과 고교 무상교육 실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가 처음으로 0%대로 떨어졌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20년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5(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1%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0월(0.0%)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개월 연속 1%를 밑돌다가 올해 1~3월에는 1%대로 올라섰지만 4월에 다시 0%대로 떨어졌다.
 

[자료=통계청 제공]

이처럼 물가가 하락한 것은 2월 이후 국제유가가 급락한 영향이 컸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6.7% 하락했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출 자제 등으로 여행·숙박·외식 등 개인서비스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공업제품(석유류 제외) 가격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의류 할인 등으로 오름세가 둔화했다. 

지난해 9월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된 고교 무상 교육(납입금·교과서 등)이 올해 4월부터 2~3학년 대상으로 확대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고교납입금은 단일품목으로 4월 소비자물가를 0.3%포인트 끌어내리는 효과를 냈다.

◆코로나19로 집밥 늘고 외식 줄어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 가격은 0.7% 하락했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로 승용차 가격이 차종별로 1∼3% 내린 것이 영향을 줬다.

공공서비스는 1.6% 하락해 전체 물가 상승률을 0.23%포인트 끌어내렸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농·축·수산물 가격은 1.8% 상승했다. 코로나19로 가정 내 식재료 수요가 늘면서 수산물은 8.1%, 축산물은 3.5% 올랐다. 품목별로는 달걀 12.3%, 국산 쇠고기 5.4%, 돼지고기 2.6%가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늘어난 집밥 수요로 가공식품도 1.3% 올랐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1.0%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가 가격 상승 요인이 많은 연초임에도 1년 전보다 0.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년동월대비 외식 물가는 올해 1월부터 4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외식 물가가 장기간 0%대 상승에 그친 것은 2012년 5월∼2013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이후 여행 관련 서비스 물가 하락도 지속하는 모습이다. 승용차 임차료(-16.0%), 호텔 숙박비(-6.8%) 등이 큰 폭으로 내렸다.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주춤한 가운데 공공서비스 가격까지 하락하며 전체 서비스 가격은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기·수도·가스 가격은 1.4% 올랐고 집세는 보합세를 보였다.

◆계절·일시충격 제외한 '근원물가' 20년 7개월 만에 최저

지출 목적별로 봤을 때 오락 및 문화 물가가 2.5% 내려 2007년 5월(-2.7%)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교육 물가 하락률은 2.4%로, 1986년 집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물가를 파악할 수 있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3% 상승했다.
 

4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농산물 코너 [사진=연합뉴스]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2.9% 올랐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0%대 초반으로 떨어지며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0.3%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가 미치던 1999년 9월(0.3%) 이후 20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0.1% 올랐다. 1999년 12월(0.1%) 이후 20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주요국 물가 둔화 국면..."한국 정책 요인으로 더 하락"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자물가 하락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국에서도 공통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락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서비스물가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자료를 내고 "식료품 등 일부 상품가격의 경우 공급망 차질, 생필품 사재기 등으로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물가 상승률 둔화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국의 품목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자료=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전면 봉쇄 조치가 시행되지 않은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공급망 차질이 크지 않고 생필품 사재기가 나타나지 않아 가격 상승 요인이 미미하다"며 "다만 고교 무상교육,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 정책이 물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은 최근 정부의 생활 방역 전환과 국제 유가 하락 등이 소비자 물가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공급망 봉쇄와 붕괴, 각 나라의 경기 부양과 유동성 공급, 생활 방역 등이 물가 상승 요인"이라며 "국제 유가 하락이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점은 물가가 더 하락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아직 예측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안 심의관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여러 불확실성이 있는 상태라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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