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공급대책을 발표하면서 용산 역세권 개발 재개 등 역세권 활성화를 내세우고, 최근 시장 비서실 참모진에 고밀개발을 옹호하는 인사가 영입되면서 박 시장이 '35층 룰'을 골자로 한 개발 억제 정책에 대한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박 시장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35층 룰'에 대해 "서울은 서구 어떤 나라와 비교도 안될 만큼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도시"라며 "초고층이 난립해 이 같은 특수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그러면서도 "도시계획은 시민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해 여지를 남겼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도시정비업계에서는 35층 룰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도심 주요 지역에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재건축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해 고밀 개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 시장은 "높이 올라가 있는 고층건물만이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후진국에서 건물의 높이가 마치 도시의 선진성을 상징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이제 서울은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서울이 지닌 문화적·역사적 정체성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서울은 600년 조선왕조의 수도이자 백제의 수도였으며 신석기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도시"라면서 "뉴욕·싱가포르 등 신흥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문화도시"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고층건물을 깔아버리면 정체성이 사라진다"면서 "서울은 '비즈니스 트래블러 US지'에서 9년 연속 '회의하기 좋은 도시' 1로 꼽히고 있다. 궁, 전통사찰 등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면서 "골목길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고층화 압력이 매우 크다. 그러나 그 요구를 다 받아들이면 서울이란 도시는 정말 볼품없는 도시로 변한다"면서 "아파트·고층 건물 높이를 50층, 70층으로 허용하다 보면 100년 지나면 그다음은 200층, 500층까지 지어진다. 도시의 미래와 경관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영국 런던의 경우, 고층으로 가서 슬럼화됐다가 2, 3층으로 단층화하면서 도시의 삶·활력이 되살아났다. 이런 사례는 많다. 시민들의 집단지성으로 룰을 만든 것"이라면서 "(낮은 건물들이 주로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의 샌프란시스코를 바닷가에서 보면 정말 아름답다"고 전했다.
도시의 미래와 경관을 위해 고층 빌딩 건축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그는 "서울에서도 상업 지구로 지정된 곳에서는 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구 삼성동에 들어서는 현대차그룹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송파구 잠실동의 제2 롯데월드 타워 등이 그 대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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