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위기에 빠진 중국은 내수 부양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수출 기업에 대해서도 내수 비중 확대를 독려하는 중이지만 난관이 많다.
12일 중국신문주간 등에 따르면 광둥성 둥관의 한 여성복 업체는 조업 재개 후에도 수주 물량의 60% 정도가 취소되거나 납품이 연기됐다.
거래처의 4분의3이 미국과 유럽 기업인데 코로나19 사태로 현지 판매량이 급감하자 주문 물량을 대거 줄인 탓이다.
이 업체 직원인 제덩(杰登)씨는 중국신문주간에 "4월 초 미국 바이어가 여성복 6만벌을 주문해 회사 전체가 흥분한 적이 있다"며 "즉시 옷감과 부재료 구매를 끝냈는데 다음날 해당 바이어가 발주 물량을 전부 취소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의류업체는 자구책의 일환으로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연계해 온라인 생중계 판매를 시작했다. 수출길이 막혀 창고에 쌓인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유명 왕훙(網紅·인터넷 스타)에게 거액을 주고 생중계 진행을 맡겼지만 불과 열흘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수출용으로 제작된 의류가 중국 내에서 인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우리 제품은 미국과 유럽을 겨냥한 것이라 중국에서 유행하는 디자인이나 색상과 동떨어졌다"며 "내수용을 다시 제작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업종의 사정도 비슷하다. 광둥성 소재의 한 가구업체 관계자는 "중국과 해외에서 선호하는 가구 소재나 디자인이 각각 다르다"며 "예를 들어 합판의 일종인 중밀도섬유판(MDF)의 경우 해외용 제품에 널리 사용되지만 중국 내 수요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16일 열린 기자 회견에서 "수출 기업들이 내수 판로를 넓히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라며 "생산라인 전환도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관내 수출 기업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색 중이다.
저장성 닝보시 상무국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핀둬둬(拼多多)와 협약을 맺고 향후 1년간 1만5000개의 수출 기업에 내수 판로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800억 위안의 매출 창출이 가능하다는 게 닝보시 측의 주장이다.
둥관시 상무국도 알리바바 등과 비슷한 사업 모델을 논의하고 있다. 관내 수출 기업이 알리바바 플랫폼을 통해 수출용 상품을 내수용으로 전환해 판매하는 걸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모델이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수출용으로 만든 제품이 다행히 중국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얻더라도 이미 내수시장에 진출한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중국의 내수시장은 레드 오션이다.
수출용과 내수용 제품은 포장·배송 방식과 마케팅 전략도 천양지차다.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연구원의 자오핑(趙萍) 주임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수출이 막혔다고 무작정 내수시장에 뛰어드는 것보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연선국 등 기존에 수출 비중이 낮았던 곳을 집중적으로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