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은 지난 8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1조5000억원 수준의 투자가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우에 따라 10~20% 정도 축소할 수 있지만 필요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와 대산공장 화재 등 각종 악재로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860억원으로 지난 2012년 2분기 이후 31분기 만에 적자를 냈다. 매출액은 3조2756억 원으로 9.6%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실은 901억원이다.
이번 적자 전환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제품 수요 하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데다 올해 3월 발생한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 폭발 사고에 따른 일부 공장 가동 중단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롯데케미칼은 설명했다.
실제 롯데케미칼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화학업계 1위 LG화학도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15.9% 줄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스마트폰, 자동차 등 전방산업이 침체되면서 관련 화학제품의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게다가 석유·화학 산업 업황이 이른 시일 안에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등 주요 화학업체들의 공급 확대가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 분쟁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롯데케미칼은 투자 여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케미칼에 M&A 전담 조직을 꾸리고 매물이 될 만한 회사들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경기 악화로 다양한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며 "견조한 현금을 바탕으로 투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M&A에도 지속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이 공개한 올해 투자 규모 1조5000억원은 최근 3년간 진행해온 투자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기평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본적지출, 지분투자 규모가 각각 연평균 약 1조6000억원, 약 2000억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한기평은 “보수적인 재무 정책을 유지해 투자에 소요되는 자금을 자체 충당하면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역시 보수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시장은 롯데케미칼이 2분기에는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영업이익은 1659억원으로 흑자전환 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원재료 나프타의 급락 영향으로 발생했던 부정적 시차효과 소멸로 2분기부터 실적 개선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도 “2분기 글로벌 제품 수요는 부진하지만 원료가 하락, 일회성 비용 감소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황유식 연구원은 “지난 3월 4일 발생한 대산 공장 화재사고도 현재 현장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4분기에는 본격 가동할 계획”이라면서 “사고 비용과 휴지 손실은 대부분 보험 처리가 가능하며, 자기 부담금 등 금전적 손실은 1000억원 미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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