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와 경제성장 둔화로 진퇴양난에 빠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최근 봉쇄령 완화와 함께 묘수를 하나 냈다. '메이크 인 인디아'로 대표하는 모디노믹스의 부활이다. 코로나 사태로 중국의 입지가 좁아진 지금이야말로 중국을 밀어내고 인도가 '세계 굴뚝'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모디 총리가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 대신 인도로"··· 코로나 대탈출 美 기업에 러브콜
지난 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는 익명의 인도 관료를 인용, 인도 정부가 중국을 떠나려는 1000개 이상의 미국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직접적으로 '중국 책임론'을 추궁하는 와중에 중국에서 생산기지를 이전하려는 미국 기업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글로벌 공급망 탈(脫)중국 정책'이 자국 경제에 큰 기회가 될 것이란 판단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인도 정부는 해외 공관을 통해 미국 기업 1000곳 이상과 접촉했다. 의료기기 제조업체와 식품 가공업체, 섬유 가죽,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 우선적으로 연락했다. 접촉한 업체에는 의료기기 제조업체이자 인도에 사무소가 있는 메드트로닉스, 애벗 래버러토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업체는 인도 대형병원들과 협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도의 금융 중심지 뭄바이에서도 영업 중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인도로 이전하기 한층 쉬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인도 정부는 이들 기업에 공장을 인도로 이전할 경우 전반적인 생산비용이 중국보다는 다소 더 들 수 있지만, 미국 본토 복귀나 일본 이전보다는 훨씬 경제적이라고 설득 중이다. 토지가 확보돼 있고, 영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원활하며, 숙련된 노동력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공급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 3일 로이터는 미국 연방정부가 중국에 직접 진출해 있거나 중국에서 위탁생산을 하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하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탈(脫) 중국화를 위해 협력할 동맹국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베트남, 인도 등을 언급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중국에서 자국으로 이전해 오려는 기업들에 대해 220억 달러 규모의 지원자금을 책정했으며,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중국 공급망 의존을 축소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데릭 그로스먼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의 막대한 제조 능력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는 베트남과 인도"라면서 "미국 정부는 인도와 베트남이 최소한 중국과 엇비슷한 생산 능력을 갖추도록 빠르게 성장하길 바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는 그간 기업 유치에 걸림돌이 돼 온 노동법 개정과 올해 도입하기로 한 디지털 거래세 연기 등도 검토하겠다는 확약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미국 기업들에 인도의 조세와 노동법을 어떻게 고치는 것이 좋을지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았다"는 인도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모디 인도 정부가 이를 향후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의사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메이크 인 인디아' 앞세운 모디노믹스··· 낙후한 경제 구조가 문제
모디 총리는 2014년 총리에 취임한 후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앞세워 인도의 고용 상황을 개선하고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모디노믹스'를 추진했다.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은 글로벌 기업들의 제조공장을 인도로 유치, 인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4년 14%에서 2025년까지 25%(약 1조 달러)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디 총리는 2016년 미국 애플의 인도 현지 생산시설 유치에 성공하는 등 집권 초기 모디노믹스는 순항하는 모양새였다. 모디노믹스의 성과가 정점을 찍었던 2016년 당시 인도의 해외직접투자(FDI) 유치 규모는 2013년 281억 달러에서 444억 달러로 급증했고, 경제 성장률 또한 같은 기간 6.4%에서 8.2%까지 뛰어올랐다.
하지만 결국 고질적으로 낙후한 경제 환경이 쌓아온 인도의 높은 진출 장벽은 결국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의 발목을 잡았다. 기업 유치 환경에서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밀려난 것이다.
인도는 이들 국가와 비교했을 때 생산성과 인프라가 부족할 뿐 아니라, 토지 매입 절차가 복잡하고 임대료가 매우 높아 기존 토지 소유주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진 토지거래법, 직원 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고용 관행과 노동법·조세 제도 등의 경제 구조가 기업에 불리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모디노믹스가 길을 잃고 경제 성장이 둔화하자,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노골적인 친(親) 힌두-반(反) 이슬람 정책 등으로 쌓여온 인도 국민들의 불만은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터져 나왔다. 이에 작년 총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모디 총리의 2기 임기는 집권 동력을 잃고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이번이 사실상 인도 경제의 해묵은 난제를 개혁할 마지막 기회라는 지적도 있다.
인도 정치와 외교에 관한 책을 썼던 폴 스타니랜드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인도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글로벌 생산기지를 유치하려는 힘겨운 경쟁에 직면했다"면서 "인도가 지구촌 공급망으로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기회를 잡았지만, 인프라와 지배구조에 대한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제이 사하이 인도수출연맹(FIE)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인도는 베트남이나 캄보디아보다 내수 시장이 훨씬 크기 때문에 중국을 벗어나려는 기업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면서도 "인도가 변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퇴보적인 세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보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대신 인도로"··· 코로나 대탈출 美 기업에 러브콜
지난 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는 익명의 인도 관료를 인용, 인도 정부가 중국을 떠나려는 1000개 이상의 미국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직접적으로 '중국 책임론'을 추궁하는 와중에 중국에서 생산기지를 이전하려는 미국 기업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글로벌 공급망 탈(脫)중국 정책'이 자국 경제에 큰 기회가 될 것이란 판단이다.
인도 정부는 이들 기업에 공장을 인도로 이전할 경우 전반적인 생산비용이 중국보다는 다소 더 들 수 있지만, 미국 본토 복귀나 일본 이전보다는 훨씬 경제적이라고 설득 중이다. 토지가 확보돼 있고, 영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원활하며, 숙련된 노동력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공급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 3일 로이터는 미국 연방정부가 중국에 직접 진출해 있거나 중국에서 위탁생산을 하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하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탈(脫) 중국화를 위해 협력할 동맹국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베트남, 인도 등을 언급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중국에서 자국으로 이전해 오려는 기업들에 대해 220억 달러 규모의 지원자금을 책정했으며,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중국 공급망 의존을 축소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데릭 그로스먼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의 막대한 제조 능력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는 베트남과 인도"라면서 "미국 정부는 인도와 베트남이 최소한 중국과 엇비슷한 생산 능력을 갖추도록 빠르게 성장하길 바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는 그간 기업 유치에 걸림돌이 돼 온 노동법 개정과 올해 도입하기로 한 디지털 거래세 연기 등도 검토하겠다는 확약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미국 기업들에 인도의 조세와 노동법을 어떻게 고치는 것이 좋을지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았다"는 인도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모디 인도 정부가 이를 향후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의사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메이크 인 인디아' 앞세운 모디노믹스··· 낙후한 경제 구조가 문제
모디 총리는 2014년 총리에 취임한 후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앞세워 인도의 고용 상황을 개선하고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모디노믹스'를 추진했다.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은 글로벌 기업들의 제조공장을 인도로 유치, 인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4년 14%에서 2025년까지 25%(약 1조 달러)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디 총리는 2016년 미국 애플의 인도 현지 생산시설 유치에 성공하는 등 집권 초기 모디노믹스는 순항하는 모양새였다. 모디노믹스의 성과가 정점을 찍었던 2016년 당시 인도의 해외직접투자(FDI) 유치 규모는 2013년 281억 달러에서 444억 달러로 급증했고, 경제 성장률 또한 같은 기간 6.4%에서 8.2%까지 뛰어올랐다.
하지만 결국 고질적으로 낙후한 경제 환경이 쌓아온 인도의 높은 진출 장벽은 결국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의 발목을 잡았다. 기업 유치 환경에서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밀려난 것이다.
인도는 이들 국가와 비교했을 때 생산성과 인프라가 부족할 뿐 아니라, 토지 매입 절차가 복잡하고 임대료가 매우 높아 기존 토지 소유주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진 토지거래법, 직원 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고용 관행과 노동법·조세 제도 등의 경제 구조가 기업에 불리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모디노믹스가 길을 잃고 경제 성장이 둔화하자,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노골적인 친(親) 힌두-반(反) 이슬람 정책 등으로 쌓여온 인도 국민들의 불만은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터져 나왔다. 이에 작년 총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모디 총리의 2기 임기는 집권 동력을 잃고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이번이 사실상 인도 경제의 해묵은 난제를 개혁할 마지막 기회라는 지적도 있다.
인도 정치와 외교에 관한 책을 썼던 폴 스타니랜드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인도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글로벌 생산기지를 유치하려는 힘겨운 경쟁에 직면했다"면서 "인도가 지구촌 공급망으로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기회를 잡았지만, 인프라와 지배구조에 대한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제이 사하이 인도수출연맹(FIE)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인도는 베트남이나 캄보디아보다 내수 시장이 훨씬 크기 때문에 중국을 벗어나려는 기업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면서도 "인도가 변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퇴보적인 세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보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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