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연내 출범을 예고한 ‘물류자회사(가칭 포스코GSP)’에 대한 해운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겉으로는 포스코가 물류해운업 진출은 없다고 하지만 속내는 해운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확신에서다. 결국 물류해운 생태계를 교란시킬 것이란 우려가 역력하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이하 한해총)은 19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결국 해운업으로의 진출로 귀결된다”며 설립 철회를 주장했다.
최근 포스코는 이사회를 열고 포스코GSP 설립을 결정, 연내 출범을 예고한 상태다. 당초 7월 설립이 거론됐으나 계속되는 해운업계의 반발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지난해만 1억6000만톤의 철광석·석탄 등 원자재와 제품을 거래한 초대형 화주로, 포스코 본사와 포스코인터내셔널·SNNC(니켈 제련 회사)·포스코강판 등에서 약 3조원의 물류 비용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해운업계는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이 3자물류기업의 성장을 저해, 결국 물류생태계를 교란시킬 것이란 우려다.
강무현 회장은 “포스코의 결정은 장기적인 해운업 불황과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업계의 입장을 생각할 때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며 “포스코의 결정에 크게 실망했다”고 개탄했다.
한해총은 이날 포스코가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해운·항만·물류 업계에 저가의 운임(요금)을 강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두영 전국항운노조연맹 위원장은 추후 한국노총과 연대를 통한 실력 행사 가능성을 제기하며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결국 협력관계인 해운사나 운송사업자의 고혈을 짜게 될 것”이라며 포스코GSP 설립 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그는 “의약분업이 남긴 유명한 구호가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다. 포스코도 물류는 물류업체에 맡기고 본업인 철강업에 집중해라”고 강조했다.
해운업계는 포스코가 물류자회사를 설립, 중간에서 일종의 수수료인 ‘통행세’를 걷어 이득을 취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렇게 되면 해운선사의 이익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동안은 화중인 포스코와 선사가 직거래를 해왔으나, 앞으로는 물류자회사와 협상을 거쳐 물량을 배분받게 되면서 협상력도 떨어질 것이란 우려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국내 대기업이 해운업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가 없다”면서 여러 선례를 들어 외항해운업의 진출이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구나 포스코가 그간 싼값에 물류서비를 누려놓고 이제와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김 부회장은 “포스코의 매출원가 중 물류비중은 2.4%로 다른 국내 제조대기업의 6.6%에 비해 대단히 낮다”면서 “포스코가 설립을 강행할 경우 신뢰관계가 와해되고 물류전문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 물류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여전히 해운업 진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포스코의 (물류해운업) 진출은 관련 법에 따라 불가능하며 진출 할 생각도 없다”면서 “오해가 빨리 풀리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강무현 한해총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회사가 설립된다면 최 회장 임기 중이 아닌 그 이후에든 언제고 해운업 진출의 발판이 될 것”이라면서 “최근 포스코 한 사장단을 만났는데, 거기서 은연 중에 결국 포스코가 해운업을 할 수 있지도 않겠느냐는 의중을 확인해 황당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 측은 이날 반박 자료를 통해 “일각에서 주장하는 통행세나 물류 생태계 황폐화는 근거없는 억측”이라면서 “포스코GSP는 그룹 내 각 사에 흩어진 물류 기능과 업무를 통합해 경쟁력 향상과 물류 효율 향상이라는 가치창출 활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별도의 물류자회사 대신 사내 전담조직을 만들면 된다는 주장에 대해선 “그룹사 물류업무가 특정회사의 업무 중 하나로 종속될 경우, 그룹사 통합물류의 효율화와 전문인력 양성이 제한적”이라면서 “포스코 및 그룹사가 물류통합업무를 수행을 하더라도 ‘화물주선업’ 신규 등록이 필요해 통합물류법인 신규 출범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