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19일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부채 재조정을 둘러싼 아르헨티나 정부와 채권단의 이견이 여전히 크다고 전했다. 시한 안에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전언이다. 부채 재조정이란 채무자의 변제 능력이 부족할 때 채무 탕감이나 상환 유예 등의 방식으로 채무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양측의 거리가 몇 센티미터가 아니라 몇 미터 벌어져있다"고 귀띔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채권단에 650억 달러(약 약 80조원) 부채에 대한 재조정을 제안해 협상을 진행했지만 두 달 넘게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2일로 예정된 협상 시한도 이미 한 차례 미뤄진 것이다.
마르틴 구즈만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19일 온라인 포럼에서 "우리는 채권단과 건설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 채권단과의 협상이 22일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자문단에 투자자들의 피드백을 포함하되 채무에 대해선 3년을 유예하는 새로운 제안을 마련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높은 실업률, 통화가치 하락, 높은 인플레이션, 깊은 경기침체로 인해 부채 상환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페론주의를 표방한 포퓰리즘 정당이 정권 교체를 이룬 뒤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아르헨티나의 상환 환경이 크게 악화했다. 페론주의란 1946년 정권을 잡은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의 이름을 딴 것으로 산업 국유화와 대규모 무상복지 정책을 의미한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지난해 페론주의 회귀 우려가 불거진 8월 이후 지금까지 달러를 상대로 50% 넘게 곤두박질쳤다.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채 상환 부담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수입물가 급등이 겹치면서 연간 인플레이션이 50%에 육박할 정도이며 올해 경제는 6.5% 역성장이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르헨티나가 디폴트를 반복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외채를 갚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외화를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또 아르헨티나의 금융 시스템이 낙후하고 페소 가치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채권 발행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라고 FT는 덧붙였다. 페소 가치에 대한 불신은 장기화한 아르헨티나의 경제 불안 속에서도 아르헨티나의 해외 계좌 잔액이 3000억 달러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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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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