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의 2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세계 36개국이 가입한 '선진국 클럽'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부채비율이 올해 109%에서 137%로 28%p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총 17조 달러에 이르는 금액으로, 회원국 국민 1인당 1만3000달러(약 1600만원) 넘는 채무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OECD가 말하는 공공부채란 일반정부부채를 말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부채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금액으로, 국가 간 재정 건전성을 비교할 때 주로 사용되는 지표다.
올해 공공부채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막기 위해 유례없는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 규모는 프랑스와 스페인이 각각 GDP의 1%, 미국이 GDP의 6% 수준이다. 여기에 코로나19발 경기 침체로 세수마저 급감할 것으로 예상돼 선진국의 부채 증가율은 경기 부양 수준을 훌쩍 웃돈다. OECD는 "공공부채 비율은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가파르게 올랐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당시보다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경우 공공부채 상황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GDP는 쪼그라들고 경기 부양책은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정책위원을 지낸 랜달 크로즈너 시카고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공공부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우리는 경제가 V자 회복을 할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들이 1990년대 버블 붕괴 후 일본과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FT는 일본 경제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막대한 공공부채와 재정적자가 각국에 만성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국가재정의 상당 부분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해왔다. 그 결과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지난해 235%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훨씬 높다. 비교하자면 지난해 기준 미국이 108%, 영국 86%, 독일 60% 수준이다. 한국은 39%로 OECD 회원국 가운데 비교적 낮은 편이다.
당장은 초저금리와 저인플레이션 환경 덕에 각국이 국채로 받는 부담은 크지 않다. 마이너스 금리(수익률)로 국채를 발행하는 나라가 나올 정도다. 독일, 프랑스, 스위스에 이어 지난주에는 영국이 추가됐다. 빚을 지면서 웃돈을 받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과도한 부채를 유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제 성장세가 부채 증가 속도를 웃도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현실화가 쉽지 않다. 결국 전문가들은 재정 구멍을 막기 위해 증세나 긴축 재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로저 부틀 캐피털이코노믹스 회장은 최근 CNBC 인터뷰에서 “경제 성장만으로 재정적자를 급격히 줄일 수 없다면 정부는 증세와 긴축 재정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이 경제활동 재개를 본격화하면 정치권에서 세금 인상이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봤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고소득자에 대한 부유세 논의가 고조될 조짐이다. 대니얼 마코비츠 예일대 로스쿨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정부는 현재 저금리 덕에 부채의 유혹을 느끼겠지만 이는 미래 세대에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소득 상위 5%에 5% 부유세를 일회성으로 부과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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