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경기 김포에 문을 연 덕포진교육박물관은 어릴 적이나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7000여점이나 되는 전시품이 옛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기억 속에만 남아있던 물건들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어느새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하다.
김동선·이인숙 관장이 진행하는 수업은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인숙 관장의 풍금 연주에 맞춰 부르는 동요, 김동선 관장의 1950~1960년대 학창 시절 이야기는 남녀노소에게 익숙함과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덕포진교육박물관을 설립한 두 관장의 일화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자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미담이다.
박물관과 이웃한 김포 덕포진(사적 292호)도 들러볼 만하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격전이 벌어진 조선 시대 진영으로, 덕포진을 거쳐 손돌 묘까지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조선 인조의 아버지 원종과 어머니 인헌왕후가 잠든 김포 장릉(사적 202호), 김포성당(국가등록문화재 542호)과 김포 아트빌리지도 인근에 있다.
강원 삼척에 자리한 삼척 미로정원은 옛 미로초등학교 두타분교를 개조해 마을 공동체 정원으로 꾸몄다.
삼척 시내에서 약 13~14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산골 여행의 즐거움을 선물한다.
얼핏 보면 초등학교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아기자기하고 화사하다. 그 이름도 재미있다. 처음 들으면 산속의 미로(迷路)를 떠올리기 쉽지만, ‘늙지 않는다’는 미로(未老)다.
꽃과 나무 사이로 난 소담한 산책로를 거닐 때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니 미로(未老)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이색 체험도 눈길을 끈다. 바로 운동장 한가운데 연못 같은 풀장에서 투명 카누를 탈 수 있다는 점이다. 카누에 오르면 주변 산세가 한층 그윽해 마치 신선놀음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도계유리나라와 하이원추추파크 또한 삼척 내륙 여행의 명소다.
도계유리나라는 블로잉 시연과 체험이, 하이원추추파크에서는 스위치백 트레인과 미니 트레인 체험이 꽤 흥미롭다. 바다 여행을 원하는 이를 위해 삼척 해상케이블카도 자리하고 있다. 용화역과 장호역 사이의 바다 위 874m 거리를 가로지르는 기분이 무척 짜릿하다.
강원 홍천 화상대리 동화마을에는 홍천 아트캠프가 자리하고 있다. 폐교된 내촌초등학교 대봉분교를 2012년 10월 리모델링해 숙박·수련 시설로 꾸몄다.
동창회나 동문회, 기업 워크숍 장소 등으로 인기 만점인 이곳에 가족 단위 여행객도 알음알음 찾아온다.
이름 덕분에 음악·미술 동호회를 비롯해 예술인이 연주회와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나무판자가 깔린 복도, 내무반처럼 꾸민 숙박 공간에 머무는 동안 40~50대는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고,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이곳저곳을 다닌다.
운동장 주변에는 커다란 은행나무와 밤나무가 우뚝 서 있다.
홍천 아트캠프 건넛마을 앞을 흐르는 내촌천은 여름철엔 다슬기와 메기·장어·쏘가리 등이 많이 잡혀 천렵과 낚시를 하러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홍천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수타사 산소길이다. 수타사와 공작산생태숲, 귕소(출렁다리)와 용담을 거치는 코스로, 싱그러움 가득 머금은 초여름 숲을 만끽할 수 있다.
박물관이 무려 28개나 돼 '박물관 고을'로 불리는 강원 영월에서도 눈에 띄는 박물관이 있다. 한반도면의 폐교를 리모델링한 영월 미디어기자박물관이다.
지난 2012년 문을 연 이곳은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기자 박물관이다. 그뿐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기자가 돼보는 체험 공간이기도 하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1일 기자 체험'은 아담한 야외 전시장에서 시작된다.
현장 기자들의 보도사진을 전시하는 공간에 때마침 〈6월 민주항쟁 사진전〉이 한창이다.
6월 민주항쟁을 상징하는 '아! 나의 조국'은 고명진 박물관장이 한국일보 사진기자 시절에 찍은 사진이다.
이 작품은 AP가 선정한 '20세기 세계 100대 사진'에 들면서 유명해졌고,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도 수록됐다.
전시실에서는 현장 기자들의 손때 묻은 전시물을 감상할 수 있고, 헬리캠과 드론 등 최신 장비를 활용해 기자 체험까지 할 수 있다.
전북 고창 책마을해리는 책과 출판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누구나 책, 누구나 도서관'이라는 모토처럼 이곳에 가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시인학교·만화학교·출판캠프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껏 선보인 책이 100여권에 달한다.
책 읽기에서 더 나아가 읽고 경험한 것을 글로 쓰고 책으로 펴내는 과정을 체험하는 것이 핵심이다.
책마을해리에서 출간한 책을 구경하고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는 북카페 '책방해리'를 비롯해 금방이라도 톰 소여가 뛰어 내려올 것 같은 느티나무 위 '동학평화도서관', 소규모 공연과 영화제가 열리는 '바람언덕', 책 한 권을 다 읽기 전엔 못 나오는 '책감옥', 마음껏 뒹굴며 책 세계로 빠져드는 '버들눈도서관' 등 다양한 공간들이 있다. 책 중심의 대안학교도 조만간 문을 열 계획이다.
전남 고흥 연홍도는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통한다.
폐교를 개조한 미술관이 있고, 담장을 캔버스 삼은 그림과 조형물이 길목마다 여행객을 반기는 덕이다.
외딴섬에 예술의 싹을 틔운 연홍미술관은 폐교된 금산초등학교 연홍분교를 꾸며 2006년 문을 열었다.
교실 두 칸이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고, 아담한 갤러리카페가 들어섰다.
운동장 터는 정크아트 작품으로 채웠다. 전시물은 미술관에 머물지 않고 선착장에서 마을 골목, 포구로 이어지며 섬을 수놓는다.
연홍도는 2015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되고, 2017년 '지붕 없는 미술관'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예술의 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골목에서 마을 사람들이 살아온 세월이 담긴 사진, 조개껍데기와 부표 등으로 만든 작품을 만난다. 미술관 앞으로 마주 보이는 금당도의 병풍바위 또한 그림 같은 풍광을 선물한다. 거금도 신양 선착장과 연홍도를 오가는 배가 하루 7회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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