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1일 산둥성 옌타이 한 노후 주택가에서 장사하는 노점상인과 교류하며 노점상 경제가 중국 경제 일자리 창출의 주요 원천임을 강조했다. 리 총리의 말 한마디에 중국에서 '디탄(地攤)', 이른바 노점상 경제가 최대 화두가 됐다.
◆ 도시 경관보다 중요한 일자리 창출···노점상 규제 완화 '속도'
중국정부망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날 '쑤씨네 마라반(麻辣拌·마라 비빔무침 요리)'이라는 먹거리 노점상을 찾아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 지난 몇달간 수입은 얼마나 줄었는지, 직원들 임금은 제대로 챙겨주고 있는지를 상세히 물었다.
당시 리 총리는 쓰촨성 청두에서 지난 두달간 3만6000개 노점 가판대를 설치해서 10만개 일자리를 창출한 사례를 언급하며 노점상 경제를 적극 띄웠다.
이는 중국이 사실상 그동안 엄격했던 노점상 영업 규제를 완화하는 신호로 내비쳐졌다.
최근 중국 중앙선전부 문명판공실도 올해 전국 문명도시 평가 지표에서 노점상, 가판상 등 평가 항목을 넣지 않겠다고 했다. 그동안 중국은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노점상 영업을 규제해 왔는데, 이를 완화한 것이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충격을 입은 가운데, 도시 미관보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내수를 회복하기 위해 길거리 경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청두를 비롯해 광저우, 항저우, 난징, 다롄, 칭다오, 시안, 창사, 정저우 등 도시 곳곳에서도 노점상 영업을 위한 구역을 거리에 조성하는 등 노점상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코로나19 발발지로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입은 후베이성도 마찬가지다. 후베이성 이창시의 경우 오는 7월 31일까지 매일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 그리고 공휴일에 주요 상권 9곳을 노점상 영업 구역으로 지정해 잡화, 먹거리 장사를 하도록 허용했다.
◆ "6억명 소득이 월 17만원 이하···" 빈곤층 살길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노점상 경제가 일자리 안정, 민생 보장, 소비 촉진, 야간경제 활성화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노점상 경제는 창업 문턱이 낮고, 실패 위험이 적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라오바이싱(老百姓, 서민)' 경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중국은 그간 고속성장을 통해 미국과 함께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1만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고속성장 과정에서 정작 '라오바이싱(老百姓, 서민)'은 소외됐다. 리커창 총리도 앞서 "중국의 1인당 GDP가 2019년 기준 1만 달러를 넘었지만 아직도 6억명 국민의 월 수입은 1000위안(약 17만원)에 머물고 있다"며 "이 돈으론 웬만한 도시에서 집을 빌리고 세를 내는 것조차 버겁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빈곤층은 오히려 더 늘고 있다. 중국 지도부가 올해 일자리 창출과 민생을 강조하면서 '탈빈(脫貧, 극빈곤 생활에서 벗어남)'과 모두가 잘 사는 풍족한 중산층 사회, 이른 바 '샤오캉(小康) 사회'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겠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어보인다.
노점상 경제 활성화를 통해 빈곤층의 살길을 마련해주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고심이 엿보인다.
◆'노점상 경제' 테마주로 달아오른 증시
한편 중국 노점상 경제가 달아오르면서 중국 증시에선 노점상 경제 테마주가 급등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문 도매시장 개발업체 소상품성(小商品城), 상가점포임대업체 마오예상업(茂業商業), 골동품 시장 운영업체 바이다그룹(百大集團), 푸드트럭 판매업체 디마(迪馬)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일부 종목은 지난 1일 하루 10%까지 급등하며 상한가를 쳤다.
동북증권은 "노점상 경제가 중국 경기 회복의 새로운 동력이 됐다"며 "맥주, 조미료 등 기업이 직접적인 수혜주"라고 분석했다. 또 외식관광·소매판매·농임어업·식음료 업계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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