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결정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이 부회장 측으로서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일부 사장급 임원 측은 전날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에 기소·불기소 여부에 대해 심의해 달라며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냈다.
앞서 검찰은 최근 이 부회장을 두 차례에 걸쳐 불러 장시간 조사했다. 이후 검찰은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달 중으로 기소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검찰 내부 분위기는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검찰총장 부인과 장모관련 의혹과 채널A 기자와 윤 총장 측근 검사장 사이의 '검언유착 의혹',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역으려 했다가 실패했다는 의심을 받는 '신라젠 사건', 뒤늦게 불거진 '한명숙 총리 관련 증언조작 의혹' 등 악재가 겹친 검찰로서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이 부회장을 기소하지 않았다가 닥칠 여론과 정치적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예율)는 “검찰 쪽에서 수사의 방향이 (기소로) 정해졌다는 것을 삼성 측이 간파하고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사를 받다 보면 기소할 것인지 불기소할 것인지 느껴진다”며 “검찰의 방향이 타당한지 따져볼 필요는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검찰이 1년 8개월이나 조사를 한 사건인 만큼 무조건 기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삼성이 최후의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측 관계자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 제도 자체 의미가 심의위원으로부터 수사가 정당했는지 등에 대해 심의를 받아보자는 것”이라며 “제도의 목적 그대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수사의 정당성 등을 확인해 기소가 타당한지 의견을 밝혀달라는 것이다.
이번에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시민의 참여를 통해 검찰의 기소 재량권을 견제·감독함으로써 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권한 남용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18년 검찰 자체 개혁방안의 하나로 도입된 제도다.
심의 대상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안의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이다.
수사심의위의 의견은 권고 사항으로 검찰이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의견에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은 "검찰이 국민의 불신을 받는 내용은 수사 착수 동기나 과잉 수사, 수사 지체 등 방법에 대한 문제 제기"라며 "이런 부분까지 외부 점검을 받고, 수사 과정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으면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수사심의위 도입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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