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1년 8개월간 끌어온 검찰 수사가 사법 처리만 남겨둔 가운데 삼성 측에서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검찰시민위원회(시민위)가 수사심의위를 통과시키면 이 부회장 측에 대한 법적 판결 결과는 사실상 법조계 외부 전문가들에 의해 정해지게 된다.
3일 서울중앙지검은 이 부회장과 김종중 전 삼성미래전략실 사장이 기소·불기소 여부에 대해 심의해 달라며 수사심의위 소집신청서를 전날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기업 총수 중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재계는 지나친 수사로 경영에 힘을 쏟을 수 없다고 판단한 이 부회장 측이 객관적으로 판단해 달라고 이 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서 수사의 적정성과 적법성 등을 판단하기 위해 2018년 문무일 검찰총장이 도입한 제도다. 수사심의위는 수사 계속 여부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구속영장 청구, 공소제기 등을 심의한다. 수사심의위 위원은 변호사, 교수, 기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 200명으로 구성됐다.
검찰은 조만간 시민위를 구성해 이 부회장 측 안건에 대해 부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검찰시민위원은 고등검찰청 산하 검찰청 시민위원 중에서 무작위 추첨을 통해 15명이 선정되고, 이들은 부의심의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부의심의위원회는 검사 측과 이 부회장 측 의견서를 바탕으로 부의 여부를 가린다. 이는 이날 참석한 10명 이상의 부의심의위원의 과반수 찬성을 통해 의결된다.
부의가 의결되면 수사심의위가 이 안건에 대해서 심의한다. 수사심의위는 사안에 따라 15명의 현안위원회를 구성해서 심의하며, 심의 과정에서는 검사 측과 이 부회장 측을 불러서 구두로 질의할 수 있다. 이렇게 나온 심의 의견서는 검찰총장과 사건을 담당한 주임검사 등에 전달돼 법적 판결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검찰 통계에 따르면 이 제도가 시행된 2018년부터 올해까지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8건의 사건에서 수사심의위가 열린 바 있다. 그동안 수사심의위 결론을 벗어난 결정을 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자동차 노조는 2018년 수사심의위를 신청해 기존에 기소 의견을 받았던 사건에 대해서 기소유예(불기소)를 받은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수사심의위 신청은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 사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자는 취지에서 한 것으로 본다"며 "여론 재판이 아니라 검찰 측의 합리적인 판결을 기대한 삼성의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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