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to the future> 필자 박상철 교수 =이제 120세 시대로 나아가는 지금. 노화(老化)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박상철 교수의 ‘100 to the future(백, 투더 퓨처)’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 30년간 서울대 의대 생화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화세포사멸연구센터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노화 분야 국제학술지 ‘노화의 원리’에서 동양인 최초 편집인을 지냈고 국제 백세인연구단 의장, 국제노화학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노화 연구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노화이론을 세운 그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소개됐습니다.
<100 to the future>는 100세까지 보편적으로 사는 미래에 대비하자는 의미로, 영화 '백 투더 퓨처'의 미래 귀환 뉘앙스를 차용한 시리즈 제목입니다. 이제 우리는 100세 시대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앞당겨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필자는 그 길어진 삶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내일에 대해 실감나게 짚어나갈 계획입니다. <편집자주>
COVID-19 바이러스 전염병은 과거 어떤 감염성 질환과 여러 가지 면에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우선 COVID-19 감염률은 젊은 층이 높아도 사망률은 노년층에서 훨씬 높다. 이삼십대는 치사율이 0.2%이하이나 칠팔십대로 가면서 치사율이 20%를 넘었다. 감염률은 여성이 높아도 사망률은 남자가 50%이상 높으며, 사망자들은 90%이상이 당뇨병, 고혈압, 비만, 심장질환과 같은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흑인 치사율은 백인의 두 배 이상이며, 노인 사망자는 대부분 요양병원과 같은 집단시설에서 나오고, 은퇴자들의 버킷리스트 항목인 초호화판 크루즈선 집단감염도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 COVID-19 바이러스는 무증상상태에서 감염을 일으켜 방역대책마저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바이러스와 사람세포 표적분자와의 결합도가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20배이상 강력하여 위험도가 그만큼 심각하다. 그 결과 세계가 마비되고 선진국이라 불려온 나라들마저 무참한 피해를 받으며, 국가와 지역이 봉쇄되고 인적 물적 교류도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사회를 지향해온 인류에게 엄청난 좌절을 가져왔고 사회문화 개혁과 정치경제 개편을 요구하는 세계적 변환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제기한 특히 심각한 문제는 연령에 따른 치사율차이이다. 고령세대는 젊은 세대보다 치사율이 100배나 높으며 사망자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치사율이 낮다는 이유로 대외활동을 주저하지 않지만 노년층은 의기소침해져 가고 있다. 세대간 갈등이 커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연령에 따른 차이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용어는 “세대가 다르다”이다. 세대의 단위는 보통 25년 정도를 일컫지만, 이러한 규정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백세인은 4대는 기본이고 5대 가족을 이루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 본다. 19세기말 출생한 백세인은 결혼연령이 10대중후반이어서 한 세대가 20년에 불과한 반면, 21세기인 지금은 결혼연령이 늦어지면서 한 세대가 30년을 넘어 가고 있다. 비록 유전자는 부전자전으로 이어져 간다지만 출생의 시대적 차이는 성장과정에서 겪는 정치경제사회의 변혁에 따라 생활패턴과 문화는 물론, 판단기준이나 사고방식도 모두 달라지게 한다. 바로 세대별로 시대정신이 달라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19세기말부터 한말 격동기, 일제시대, 해방과 625혼란기, 419학생의거, 516군사쿠데타, 518광주시민주화투쟁, IMF경제위기가 차례로 일어나 이러한 격동을 겪어내면서 세대간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사회적 격변은 나라마다 독특한 세대를 출현하게 하여 전후 일본의 단카이(團塊)세대, 1가구1자식 시대의 중국 쥐링허우(九零後)세대, 우리나라의 7080세대 또는 386세대 등이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들이 창안한 세대를 구분하는 분류로 대공황이전의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 대공황 이후 미국을 세계최강국으로 이끈 위대한 세대(Greatest generation), 세계대전을 겪으며 묵묵히 일한 침묵 세대(Silent generation), 전후의 베이비붐세대, 그 이후의 X 세대, Y 세대(Millenium 세대), Z 세대 그리고 21세기에 태어난 알파세대(Generation )이 있다. 이러한 분류가 세대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비교적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인구고령화에 따른 노인 숫자의 급증은 가족과 지역사회의 구성과 운용에 문제를 일으키면서 이에 대한 세대별 책임과 역할에 대하여 새로운 윤리와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통사회에서는 다세대 대가족 구조가 기본이었고, 노인케어는 가족이 해결하여야 할 사안이었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지 않았다. 산업화로 인구 도시집중이 이루어지면서 가족이 분리되고 핵가족사회로 전환하면서 시골에 남겨진 노인은 지역사회 문제로 차차 부각되었다. 이후 이혼과 미혼이 급증하여 사실상 가족이 해체된 1인가구로 이행하면서 노인케어는 사회적 대응체계의 핵심주제로 등장하였다. 그 결과 사회적 개호중심의 양로원과 요양원시스템이 필수시설로 구축되고 발전하고 있다. 더욱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베이비붐세대가 노인층으로 진입하면서 고령사회의 심각성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베이비붐세대는 대부분 다세대 대가족구조에서 출생 성장해 온 반면, 이들에게 부양을 제공하여야 할 X, Y, Z세대는 핵가족제도하에서 성장하여 가족구성원들과의 유대가 강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인구규모도 크게 축소되어 있기 때문에 노인가족부양이 힘들어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따라서 노인개호에 대한 세대간의 갈등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던 차에 최근의 코로나사태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다 본격적으로 부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 사태는 인류사회가 해결하려고 그토록 처절하게 노력해 왔던 인종, 성, 연령의 차별문제를 한꺼번에 다시 적나라하게 노출하였다. 그 중에서도 인구고령화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게 하고 있다. 감염환자의 급증은 선진국에서마저 70대이상 환자의 치료를 거부하고, 요양원 봉사자가 노인을 버리고 떠나버리는 사태를 빚었다. 이러한 참혹한 실태는 세대간의 우호적 의존관계를 기대한다는 것이 무의미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고령세대는 후속세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생존해 내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되었다. 우선적으로 스스로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각 개개인은 치사율이 높은 요인인 기저질환들이 모두 생활습관으로 개선될 수 있는 대사증후군이기 때문에 고령으로 갈수록 운동과 식습관을 개선하여 건강신체를 스스로 지켜내는 자강(自康)의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다음으로 고령사회의 해법으로 우선시해오던 양로원과 요양원과 같은 집단시설에서의 의존적 생활보다 자신이 살아온 공간에서 대소사 일을 남에게 신세지지 않고 직접 할 수 있도록 배우고 숙달하여 향거장수(鄕居長壽, Aging in Place)의 삶을 살기 위한 자립(自立)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자강과 자립의 바탕에서 나눔의 품앗이로 이웃과 긴밀하게 상부상조하는 공생(共生)의 마을을 이루어야 한다.
사회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류역사의 흐름이 다방면에서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출현에 의한 BC(Before Christ)와 AD(Anno Domini)의 구분에 못지않은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누어질 만한 세계적 사건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방역이라는 명분하에 벌어진 봉쇄전략은 글로벌지구를 표방해온 인류에게 자유평등 지향의 횡적 연결 네트워크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더욱 미래 장수사회에서의 대처 방안도 지금까지 역점을 두어온 수혜복지위주의 정책에서 앞으로는 노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능동적 복지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코로나사태는 더 이상 후속세대에 의존하지 않고 제도적 한계를 벗어나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스스로 자신을 지키고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가는 노인독립운동이 파급되기를 제시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