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 한국여자오픈 우승…5개국 내셔널 타이틀 '진기록' (종합)

12언더파 276타 우승

韓·美·日·中·加 타이틀 보유

유소연 "상금 전액 기부"

"상금 전액을 기부하겠다. 의미 있는 대회가 됐다."

'내셔널 타이틀 사냥꾼' 유소연(30·메디힐)의 말이다. 그는 중국·미국·캐나다·일본에 이어 우리나라 내셔널 타이틀을 획득했다.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유소연[사진=기아자동차 제공]

유소연은 21일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 미국·오스트랄아시아 코스(파72·6929야드)에서 대한골프협회(KGA) 주관으로 열린 내셔널 타이틀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2억5000만원) 마지막 날 결과 버디와 보기를 한 개씩 주고받아 이븐파 72타,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아웃코스(1번홀)에서 마지막 날을 출발한 유소연은 셋째 날의 컨디션 난조가 이어졌다. 5번홀(파4)까지 무의미한 파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그린 스피드는 전날과 동일한 3.6m였고, 바람은 심하지 않았다. 6번홀(파5) 첫 버디를 낚았다. 7번홀(파3)과 8번홀(파4) 파로 잘 막은 그는 9번홀(파4) 허를 찌르는 보기를 범했다.

점수를 줄이거나 잃지 않고 후반부(10번홀)로 걸어간 유소연은 또다시 파 행진을 시작했다.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추격의 고삐를 당기던 김효주(25·롯데) 역시 점수를 줄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최고 난도의 코스'라는 말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베어즈베스트 청라에는 베어즈 랜드마인(지뢰밭)이 있다. 12번홀(파3)부터 14번홀(파5)까지를 일컫는다. 선수들은 이 세 홀에서 극악의 난도를 경험한다. 김세영(27·미래에셋)은 13번홀(파4)과 14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무너졌지만, 유소연과 김효주, 최혜진(21·롯데)은 파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유소연은 13번홀을 가장 어려운 홀로 꼽았다. 그는 “정말 어려운 홀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점수를 잃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잘 넘어가면서 점수를 잃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15번홀부터 18번홀(이상 파4)까지 선두권에 있던 선수들이 점수를 줄이지 못했다. 결국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유소연은 이날 이븐파로 점수를 지키며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김효주는 한 타 차인 11언더파 277타로 시즌 2승에 실패했다.
 

인터뷰 중인 유소연[사진=기아자동차 제공]

경기 후 인터뷰에서 유소연은 "욕심부리기보다는 잘하자는 생각을 했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며 "우승해서 기분이 좋았다. 많이 떨렸다. 우승하면 상금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일에 동참하고 싶었다. 전액을 기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ISPS 한다 빅오픈에서 연장전에 갔다가 패배했다. 그때 우승해야 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며 "(박)인비 언니가 있는 V157이라는 모임이 있다. 좋은 조언을 많이 해줬다. 잘하고 오라고 응원해줬다. 기분 좋은 긴장감이라고 했다. 덕분에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언니들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혜진과 김세영은 이날 두 타씩을 줄였다. 최혜진은 9언더파 279타 단독 3위, 김세영은 8언더파 280타로 오지현(24·KB금융그룹)과 나란히 공동 4위로 경기를 마쳤다.

유소연은 이날 우승으로 2009년 오리엔트 중국 여자 오픈, 2011년 US 여자 오픈, 2014년 캐나다 내셔널 타이틀인 CP 여자 오픈, 2018년 일본 여자 오픈에 이어 다섯 번째 내셔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국내 대회는 10승째다. 그의 마지막 우승은 2015년 8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으로 약 5년 만이다.

유소연의 주 무대는 미국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되자 국내에서 훈련하며 이 대회에 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LPGA 투어에서는 2011년 US 여자 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2018년 6월 마이어 LPGA 클래식까지 6승(메이저 2승)을 거뒀다.